나전산수무늬삼층장 정면 모습(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궁중 가구인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이 국가민속문화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23일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 삼층장은 가로 114.9㎝, 세로 54.6㎝, 높이 180.3㎝에 이른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배재학당을 설립한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가 고종황제로부터 하사받았다고 전해진다. 그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보관해 오다 외증손녀 다이앤 크롬(68) 여사가 아펜젤러의 업적을 기리고 유물을 안정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2022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삼층장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 이후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의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준비하는 생활필수품 중 하나였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유래가 명확하고 고급 재료와 정교한 기술이 결합한 대형 가구로서 19세기 말 궁중과 상류층에서 사용했던 삼층장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자, 경상남도 통영 가구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 내부(국가유산청 제공)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의 정면 전체와 양쪽 측면은 전통 회화와 공예가 결합한 산수문과 산수인물문을 위주로 문자, 꽃, 과실, 귀갑문 등 다양한 나전 무늬로 장식돼 있다. 정면에 설치된 6개의 문짝 안쪽은 밝고 화려한 색채의 괴석화훼도로 장식한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장의 상단부에 대는 천판의 돌출부를 매우 짧게 하고 앞면 전체의 구조를 판재처럼 평면적으로 가공하는 통영 지역 고유의 제작 양식과 함께, 끊음질과 주름질 등 전통 나전기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전통가구 연구 자료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국가유산청은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라면서 "유사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삼층장이 국내외를 통틀어 극히 희소하다는 점에서 역사적·문화유산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나전산수무늬삼층장'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