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엔데믹 이후 매년 가을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명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으로 음악 팬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2025년 가을도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Belgian National Orchestra, Orchestre National de Belgique, Nationaal Orkest van België, NOB)의 최초 내한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월 24일(수)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총 6회의 공연으로 역사적 첫 내한 무대를 선보인다(NOB와 협연자 백혜선은 한국 공연 이전인 9월 7일 벨기에에서도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오른다).

늘 화제의 중심에 있는 협연자는 원조 콩쿠르 여제(女帝) 백혜선(1965-)이다. 한국이라고 말하면 북한인지 남한인지부터 물어보던 시절이었지만 도전한 대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한국 국적 피아니스트로서는 처음 EMI(현재의 워너) 클래식 인터내셔널과 계약한 음악가,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 산업 역사상 팬클럽이 결성된 1호 아티스트, 서울대 음악대학교에 20대의 나이로 최연소 교수 임용 기록을 기록했던 교육자(그리고 10년만에 자의로 사직해서 한 번 더 유명해진), 늦게 낳은 자녀 둘을 모두 하버드대에 보내 순식간에 주부들에게 유명해져 버린 워킹맘, 그리고 현재 피아니스트 임윤찬 때문에 명성이 올라간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피아노과의 학과장, 2025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한 김세현을 비롯한 꿈나무 피아니스트들의 스승 등. 이 모든 표현이 한국이 배출한 월드 클래스 1세대 ‘여성’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가리킨다.


백혜선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협연은 34년 만이다.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진출자 12인의 한 사람으로 로너드 졸만의 지휘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파트리스 샬룰로 ‘비탄의 도시로’를 협연한 적이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대한민국은 현악, 성악, 작곡에서 모두 우승자를 배출했지만 피아노는 아직 1위를 배출하지 못했다. 한국 국적 백혜선이 세운 4위 입상 기록은 2016년 한지호(4위)가 세운 기록과 더불어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2025년 본선엔 13명의 한국 피아니스트가 진출하여 큰 기대를 모았으나 결선에는 아무도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벨기에 클래식 음악의 심장인 보자르(BOZAR Centre for Fine Arts)의 상주 오케스트라이자 (백혜선과의 인연으로 알 수 있듯) 세계적으로 유명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협력 오케스트라이다(꽤 오랜 시간 콩쿠르 상주 오케스트라로 독점 활약했으나 이젠 브뤼셀 필과 사이좋게 나눠 일을 하고 있다). 벨기에 앤드워프 출신의 명지휘자인 앙드레 클뤼탕스(André Cluytens, 1905-1967)가 초대 음악 감독 및 상임 지휘자를 맡아 기틀을 다진 오케스트라다.

클뤼탕스가 부임하기 전에는 데지레 데포(Désiré Defauw, 1885-1960, 창단 지휘자), 칼 뵘(Karl B?hm, 1894-1981), 에리히 클라이버(Erich Kleiber 1890-1956), 피에르 몽퇴(Pierre Monteux, 1875-1964) 등 거장 지휘자들과 연주하며 음악적 수준을 끌어올렸다. 이후 미하엘 길렌(Michael Gielen), 앙드레 반데르누트(André Vandernoot), 유리 시모노프(Yuri Simonov), 미코 프랑크(Mikko Franck), 안드레이 보레이코(Andrey Boreyko) 등 명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발전을 거듭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휴 울프(Hugh Wolff)에게 상임 지휘자 자리를 물려받은 안토니 헤르무스(Antony Hermus, 1973-)가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최초 내한한다.


상임 지휘자인 안토니 헤르무스는 네덜란드 음악계가 배출한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이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네덜란드의 모든 주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는 북네덜란드 오케스트라(North Netherlands Orchestra)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있었으며, 현재는 종신 명예 지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