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이정은이 또 한 번 더 전작의 이정은을 넘었다. 매 작품 다른 캐릭터로 배우로서 누구보다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영화 '좀비딸'로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웹툰이 원작으로,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다. 영화 '인질'(2021)과 티빙 시리즈 '운수 오진 날'(2023)을 선보였던 필감성 감독의 신작이다.
이정은은 극 중 음주·가무는 물론 K-팝까지 빠삭한 은봉리의 '핵인싸' 할머니 밤순으로 분했다. 담순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아들 정환(조정석 분)과 함께 좀비가 된 손녀 수아(최유리 분)를 지키느라 고군분투하는 할머니다. 수아를 안타까워하는 것도 잠시. 예의도 질서도 없는 좀비 손녀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 기강을 제대로 잡는 카리스마도 보여준다.
이정은이 연기한 밤순은 이번 작품에서 비주얼만으로도 '역대급 싱크로율'로 호평을 받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림체가 닮았으면 했다"는 필감성 감독의 캐스팅 이유가 단번에 설득될 만큼, 마치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로 놀라움을 안겼다. 이는 원작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은 물론, 그간 필모그래피에서 이어온 독보적 변신사를 또 한 번 더 확장하게 했다.
조정석과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 그리고 반려묘인 애용이까지 모든 이들과의 유쾌한 케미에 이어 캐릭터 소화력 역시 '연기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내공을 보여줬다. 그는 연기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정환과 수아를 지켜보는 역할이면서도 소중한 자식이기도 한 정환을 위해 손녀의 기강을 잡아주는 연기를 하려 했다"며 "만화적이지만은 않은, 실제로 시골에서 볼법한 친화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동년 배우들 중 단연 괄목할 만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다수 작품에서 조·단역을 거친 그는 봉준호 감독의 명작 '기생충'(2019) 속 문광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후 '타인은 지옥이다'(2019) '동백꽃 필 무렵'(2019) '로스쿨'(2021) '소년심판'(2022) '우리들의 블루스'(202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운수 오진 날'(2023) 등 작품에서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한 연기 스펙트럼을 끝없이 넓혀왔다.
또한 지난해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가 결합된 '낮과 밤이 다른 그녀'(2024)의 주연으로 나서 겉모습은 50대이지만 20대 영혼이 깃든 '취준생' 캐릭터로 호평을 끌어내는가 하면, 흥행에도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어 '조명가게'(2024)에서 역시 대사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열연으로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천국보다 아름다운'(2025)에서도 김혜자와 워맨스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는 배우일수록 고유의 연기 패턴이 읽히기 쉽지만, 이정은만큼은 예외적으로 매 작품마다 새롭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비중이나 분량과 상관없이 존재감을 보여주는 유연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외형의 다양성을 시도한 것은 물론, 감정의 농도와 인물의 디테일도 달리하는 뛰어난 연기 감각을 구사해온 덕분이다. 특히 고도의 관찰력을 통해 그 캐릭터가 처한 환경까지 흡수하는 섬세한 디테일은 더욱 생생한 연기를 가능하게 했다. '좀비딸' 영화화에 있어 성공적인 기여도를 보여준 이정은의 활약이 대중에게 더 많은 호평을 듣게 될지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