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뉴스1) 정수영 기자 = 23일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1층 제1수장고 안에는 약 5000점의 건축 부재(部材)들이 마치 퇴적층처럼 랙(선반)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부재들은,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관월당'(觀月堂)을 구성하는 뼈대다.
관월당은 조선 후기 왕실 사당으로 추정되는 목조 건축물로, 일본으로 반출된 지 약 100년 만에 최근 국내로 돌아왔다. 맞배지붕에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다.
관월당은 원래 서울(한양)에 있었던 건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조선식산은행이 일본 기업가 스기노 기세이(1870~1939)에게 증여한 뒤 도쿄로 옮겨졌다. 이후 1930년대에 가마쿠라시에 있는 사찰 고덕원에 기증돼 기도처로 사용됐다.
1990년대 반환 논의가 이뤄졌지만, 일본 우익 단체의 반발로 교섭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고덕원의 사토 다카오 주지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지난해 6월 관월당의 반환 협약이 체결되면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반년에 걸쳐 기와, 석재, 철물, 목재 등 부재들이 차례로 국내로 이송돼 지난 6월부터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화려한 단청, 궁궐 건축서 나타나는 부재"
국가유산청은 이날 관월당 부재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부재들은 암랙과 파렛트랙에 나뉘어 적재돼 있었다. 암랙에는 맞보·종보·현판 등 주요 부재가, 파렛트랙엔 연목(서까래), 마루청판 등 수량이 많은 부재들이 비닐로 감싸져 보관돼 있었다. 박형빈 국가유산청 국외유산협력과장은 "언론 공개회를 마친 뒤 본격적인 부재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회에서는 관월당이 왕실 사당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들에 특히 주목했다. 핵심 근거로는 단청, 초엽, 파련대공이 꼽혔다. '초엽'은 지붕 측면에 설치하는 까치발이고, '파련대공'은 최상부 구조재인 종도리를 받치고 있는 부재다.

이규철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월당은 조선 시대 사당 건축의 양식을 갖추고 있다"며 "사당 건축은 일반적으로 검박하지만, 관월당은 단청이 화려하고 복잡해 왕실 사당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직원은 "관월당 단청의 머리초가 경복궁 자경전, 경복궁 향원정, 안국동 별궁의 머리초와 유사하다"며 "또 대량(지붕 하중을 지탱하는 중심 구조물)에는 만(卍)자문을 채웠는데, 이는 19세기 궁궐에서 나타나는 문양"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보통 초엽이라는 부재는 궁궐 건축에서 나타난다"며 "대공은 장식 없이 사다리꼴로만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파련대공은 화려하게 조각한 것으로 등급이 높은 건물을 상징한다"고 했다.

관월당 향후 과제는
관심은 향후 관월당 복원 계획에 집중됐다.
박형빈 과장은 "복원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관월당의) 원소재지가 밝혀지면 그 자리에 복원하겠지만, 연구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관월당이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또 누구를 위한 사당이었는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일반 공개 여부와 관련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온라인 방식과 실제 전시 중 어느 형태로 공개할지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동석한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은 "해외에 유출된 24만 7000여점의 국가 유산 중 환수가 완료된 것은 5%에 불과하다"며 "국외대사관과 협조해 우리 국가 유산을 환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