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낙천적인 아이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서울대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이 첫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를 통해 삶의 무게를 웃음으로 버무린 자전적 이야기를 내놨다.

작가는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유튜브 숏츠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서울코미디클럽 등 무대에 오르며 독특한 이력을 쌓았다.


스탠드업 코미디에서처럼 그의 소설은 자조적이다.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대요"라는 농담은 계층 이동의 환상을 조롱한다.

이번 소설은 죽음과 종교,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농담으로 감싼다. 현실을 비트는 방식은 코미디언이자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히 드러낸다.

소설은 주인공 '소윤'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에 종교적 색채가 짙은 유년기의 가족 비극과 이에 얽힌 죄의식, 상실의 기억을 무대 위 농담으로 전환한다.


세례명 '마리아'를 농담 소재로 삼는 설정은 일상의 무게를 웃음으로 가공하는 작가의 관점을 보여준다. 원소윤은 "종교나 죽음 같은 주제를 속되게 다룰 때 생기는 긴장감이 재미를 만든다"고 말했다.

세 살배기 형제의 사망 후 태어난 주인공 소윤은 "형제의 죽음에 근거해 태어난 나는 죄를 지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기일이면 침묵했고, 어린 소윤은 엄마가 자신을 버릴까 불안에 떨었다. 이 고통은 유머의 바탕이 된다. 절망을 농담으로 눙친 이야기는 일상의 균열을 공감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문학적으로 구성된 이 대본은 소설 곳곳에 '오픈마이크' 형식으로 삽입돼 무대와 현실을 교차시키며 생동감을 더한다.

작가는 코미디와 문학의 경계를 느끼지 않는다. "영미권에선 코미디언이 글을 쓰는 게 흔하다"고 말한 그는 시트콤 각본을 직접 쓴 제리 사인펠트를 언급했다.

농담이 무해하지 않다는 자각은 그가 지닌 문학적 윤리다. 그는 "자조적인 개그는 결국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조롱하는 것일 수 있다"며 웃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작가는 무대용 대본을 수차례 퇴고하는 과정이 문장을 다듬는 작업과 닮았다고 밝혔다. 문예지 가을호에 단편소설을 발표할 예정이며 오는 8월 30일에는 약 1시간 분량의 단독 공연도 연다.

△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씀/ 민음사/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