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이 완성된 영화를 본 원작자 싱숑 작가가 24일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일문일답을 전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영화는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었다'라는 신선한 설정과 눈 뗄 수 없는 스토리로 누적 조회수 2억 뷰 이상을 기록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원작으로 한다. 동명 원작은 국내 성좌물 시리즈 중 단연 최고 히트작으로 꼽힌다. 성좌물은 웹소설 독자들 사이에서 생긴 신조어로, '성좌'라는 설정을 포함한 판타지 장르 작품을 지칭한다.
-영상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어땠는지, 영상화에 동의하신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영화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얼떨떨했다. 그때 저는 신인이었고, 사실 드라마도 애니메이션도 아닌 영화 제안이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래도 원작을 실사화하는 데는 큰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꺼려지기도 했다만, 맡아주시는 감독님이 누구신지 듣고서는 망설임 없이 계약에 동의했다. 김병우 감독님의 '더 테러 라이브'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도깨비, 어룡 등 크리처들이 영상화된 결과물은 어땠나.
▶사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크리처들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실사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원작의 크리처들이 '공포'의 정서에 가까웠다면, 영화의 크리처들은 '신비'의 정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처들이 더 많은 연령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습이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좋았던 장면이 있었나.
▶배우분들의 열연이 무척 눈에 띄었기 때문에 특히 좋았던 장면을 손에 꼽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장면을 좋아한다. 군중 속에서 김독자가 객석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눈에 띄질 않는다. '김독자는 대체 누구일까?'라는 의문에서 영화가 시작되는 게 흥미롭다.

-원작 속 캐릭터들이 실제 스크린으로 구현되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표현된 '이길영' 캐릭터가 꽤 특이했다. 원작이랑은 성격이 조금 다르게 표현되는데, 다른 세계선에서는 그처럼 귀여운 이길영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이길영을 연기해 주신 권은성 님과는 화장실에서 마주쳤는데, 배우님은 아마 제가 누구인지 모르셨을 거다. 잠깐 성좌가 된 기분을 느꼈다.
-웹소설이 웹툰으로, 그리고 다시 영화로 제작될 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메가 IP가 됐다.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이 이토록 작품을 좋아해 준다고 생각하나.
▶지금도 종종 하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기에 어떤 이야기의 수요가 우연히 발생했고, 마침 우리가 그 이야기를 썼고,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함께 읽어줬다. 이야기를 사랑해 준 팬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전지적 독자 시점'이 있다. 평생의 빚이다.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는지, 그것이 영화에서도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하나.
▶원작과 영화의 메시지는 그 궤적이 다르다. 굳이 표현하자면 원작은 '이야기' 또는 '읽기'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고, 텍스트로만 구현 가능한 지점들을 적극 활용하다 보니 영화로 만들었을 때 다소 난감한 지점들이 있다. 아마 제작 당시 그 점을 고려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웹소설 원작에서 다룬 주제 대신 2시간 안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화는 원작에 대한 재해석인 만큼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웹소설을 열렬히 응원하고 읽어주신 독자분들, 그리고 영화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접하게 될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번, 영화가 촬영되는 현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커다란 세트장에서 수많은 스태프분이 단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배우분들은 같은 장면을 연기하고 또 연기했다.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같은 장면처럼 보였던 연기가 사실은 모두 다른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회귀를 반복했던 유중혁의 삶이 실은 모두 '다른 인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반복하는 배우분들을 보며, 또 무엇이 '온전한 완성'인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할 이야기에 땀 흘려 관여해 주신 스태프분들을 보며, 끝나지 않는 회귀를 반복하는 유중혁과 그 이야기를 지켜본 김독자에 관해 생각했다.
대부분의 창작자가 으레 그러하듯, 우리 역시 원작자로서 원작과는 달라진 영화의 요소들에 아쉬움은 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날 우리가 보았던 촬영장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어떤 이야기는 그 완성된 형태와 무관하게 평가하기가 어렵고, 아마 이 영화도 저에게 그런 의미로 맺히지 않았나 싶다. 김독자가 '멸살법'의 유중혁을 응원하듯, 비슷한 마음으로 나도 이 영화를 응원하고 있다. 미리 원작을 읽어 주신 독자분들께는 색다른 시선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다시 읽는 경험으로, 또 처음 이 세계관을 접하는 관객분들께는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적 경험으로 이 영화가 기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