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평생 한국 미술사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보다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제 능력에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3일째를 맞은 유홍준(76)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장이 내 몸에 더 맞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데 대한 발언이었다.

그는 소설가 황석영에게 받은 축하 메시지를 들려줬다. 딱 한 문장이었다. "일이 맞춤하고 격이 맞다고 생각함." 유 관장은 "형님, 저 잘할게요"라고 답장을 보냈다며 웃었다.


"'케데헌' 붐에 관람객 몰려…즐거운 비명"

유홍준 관장은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로 '주차 문제 해결'을 꼽았다. "박물관 개관 무렵만 해도 연간 관람객 100만 명은 '꿈의 숫자'였는데, 지금은 400만"이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붐으로 관람객이 밀려드는 건 즐거운 비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주차 문제'"라며 "특히 주말에는 박물관 주차장뿐 아니라 용산대로 전체가 정체되는 상황인데, 관람객들께서는 가능하다면 평일이나 수요일 야간에 방문해 주시길 꼭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시 계획에 대해서는 "한국 미술 5000년에 대한 전시를 전 세계 순회 형식으로 선보이기 위해 기획 중"이라며 "1980년대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열린 한국 미술 전시는 우리 문화의 진수를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K)-문화강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될 것"이라며 "다만 상대 박물관과 일정을 협의하려면 2~3년 후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상설 전시 유료화는 논의 필요…현재로선 어려워"

유 관장은 박물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진 만큼, 전시의 수준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박물관의 업적과 위상은 전시회로 나타난다, 상설 기획전시의 질을 높이고 특별전도 더욱 다양하게 선보이겠다"며 "국민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세계 미술을 만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무료로 운영 중인 상설 전시의 유료화와 관련해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며 "무료인 상황에서 입장료를 받겠다고 하면 국민적 저항이 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원칙은 유료화해야 한다고 본다"며 "2004년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경복궁 입장료를 1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린 일인데, 돈을 내고 들어오면 관람 태도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유 관장은 "그동안 글로 서술한 한국 미술사 책으로 독자들과 만나왔다면 이제는 유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로 국민과 만날 것"이라며 "67학번의 마지막 인생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쏟겠다"고 했다.

한편 유홍준 장관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동고, 서울대 미학과, 홍익대 미술사학 석사, 성균관대 동양철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영남대 박물관장, 문화재청장, 한국중앙연구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로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도 힘써 왔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