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재호 / 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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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장재호는 최근 세 작품을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시즌2, 시즌3에서 장기매매에 나서는 극악무도한 핑크가드를 연기했다. ENA 드라마 '살롱드 홈즈'에서는 어린 시절 학대 경험으로 인해 왜곡된 감정을 가진 살인마 태훈을, SBS 드라마 '우리영화'에서는 사람 냄새 나는 인간적인 의사 민석을 그렸다. 선과 악을 오가는 활약이다.

장재호는 지난해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작품에서 만난 배우 공민정과 결혼해 최근 딸을 낳았다. 개인적으로, 배우로서도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 시간이었다. 그는 아내인 공민정을 만난 것이 인생의 '대운'이었다고 했다. 아빠가 된 후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는 장재호의 이야기다.


배우 장재호 / 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N인터뷰】 ①에 이어>

-어떻게 '오징어 게임'에 합류했나.

▶철저한 오디션이다. 비대면 오디션이었다. 당시 작품 때문에 삭발하고 눈썹도 없는 상태여서 이대로 가능한가 싶었는데 (연기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시더라. 그러다 2차 오디션 연락을 받게 됐다. 무슨 역할을 맡게 되는 건지 몰랐다. 정말 이야기를 안 해주시더라. (웃음) 나중에 캐스팅 기사가 나오길래 나는 떨어졌구나 ' 싶었는데 저녁에 전화를 받았다. 감독님이 '이런 친구가 히스테릭한 연기를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맡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이 '같이 잘 만들어 가보자'고 하셨다. 사이코스러운 면이나 비릿한 느낌을 말씀해 주셔서 그걸 바탕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안이 철저한 걸로 유명한 작품이다.

▶내 역할과 내가 촬영하는 분량만 알았다. 조카가 '삼촌 요즘 뭐하냐'고 하길래 '오징어 게임' 찍고 있다는 정도만 말했다. (웃음) 당연히 제가 뭔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핑크 가드 역할을 맡았다. 주로 가면을 쓰고 나온다. 사실 개인적으로 욕심도 있었지만 이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구나 생각하면서 열심히 임했다. 좋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시즌1이 큰 인기를 끌어서 시즌2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물론 좋았지만, 일단 어느 작품을 찍든 내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의연함이랄까. (웃음) 예전에 처음 매체 연기를 시작할 때 '이거 하고 나면 연예인의 삶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건 누가 정하는 게 아니고 천운이 있어야 하는 것이더라.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해서 잘 녹아드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반응이 있든 없든 열심히 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반응이 좋더라도 그건 절대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촬영 규모나 시스템에서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시스템은 신기했지만 (다른 작품과) 똑같이 느껴졌다. (작품에서 배우는) 부품 같달까. 노트북을 예로 들면 누구는 모니터고 누구는 키보드의 키인 것이다. 제 역할이 스페이스바라면, 그 역할을 잘 해내려고 했다.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셨다면 '내 기능을 잘 수행해 냈구나' 그런 마음으로 생각했다. 더 세게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맡은 역할로서 해야 하는 기능을 잘 해내야지 생각했다. 이 작품으로 빛을 봐야지 생각하며 임하지는 않았다.

-새롭게 도전한 것이 있다면.

▶악역을 할 때마다 결이 좀 다르다. 그런 재미는 있더라. '내남결' 때는 말도 안 되는 바람둥이였고 ('오징어 게임'에서는) 장기 매매를 하는 요원이고 ('살롱 드 홈즈'에서는) 바지를 벗고 목 졸라 죽이고. (웃음) 각각 다른 나쁜 역할이다. 또 악역을 맡아도 재미있게 하겠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 영화'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이정흠 감독님이 '우리 영화'로 다시 불러주셔서 기뻤다. 처음에 단막극으로 만났고 이후 '아무도 모른다'에 출연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단막극에서 제가 딱 두 장면 나오는데 감독님이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다 기억하시더라.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종회 끝나고 '따뜻하게 잘 전달해 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좋은 작품을 만나서 제가 치유받는 기분이었다'고 답했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예를 들면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조금 더 가벼운 연기가 편한 것 같다. 일상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 회사 동료나 가까운 동생, 친구를 연기하고 싶다.

-어릴 때는 '연예인의 삶'을 꿈꿀 때도 있었던 건가.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됐나.

▶어릴 때도 연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나와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 같더라. 그러다가 군대에 갔는데 연극영화과 출신 친구들을 만났다. 이건 해봐야겠다 싶더라. 전역하고 부모님에게 말씀드려서 연기에 도전했다. 23세에 처음 연극을 시작했다. 연극을 할 때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 있나' 싶더라. 너무 재미있어서 미치겠더라. (웃음) 평범하게 대학에 가서 동아리 활동하고 당구하고 그런 게 제일 재미있던 학생이었는데 연극에 빠졌다. 그러다 진짜 같은 공간에서 연기를 하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궁금해져서 매체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지금은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나.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힘들기도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연기하고 싶다. 그러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되어서 할아버지 때까지 배우로서 쓰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