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자작나무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함성호 시인이 쓰고 김민주 화가가 그린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자연의 침묵 속에서 마음을 읽어내는 한 편의 시이자, 그 시를 그림으로 빚은 조용한 예술서다.

함 시인은 숲속의 소나무와 자작나무를 바라보며, 나무들이 말을 대신해 내는 향기와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는 이 두 나무 사이에서 자라난 호수를 '숲속 나무들의 하얀 그리움'이라 이름 붙인다. 시인은 자연의 언어를 시로 풀어냈고, 화가는 시의 감정을 화면에 펼쳐 보였다.


이 책은 시 한 편을 열아홉 폭의 한국화로 번역했다. 김민주 화가는 몇 해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고, 이 그림들만으로도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그는 숲과 나무, 호수의 조화로움 속에 깃든 단아한 정서를 고요하고 품위 있게 표현했다.

책은 따로 목차를 두지 않는다. 시와 그림이 한 몸처럼 이어지며, 독자는 장면마다 숲의 호흡과 나무의 마음을 함께 느낀다. 독자는 이 그림책을 통해 시가 그림으로 형상화될 때 얻는 새로운 감동을 만난다. 시가 그림 속에서 구체적인 장면이 되고, 그림이 시를 통해 진실에 닿는다.

저자 함성호는 시인인 동시에 건축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56억 7천만 년의 고독', '기르티무카' 등의 시집과 함께 건축과 철학을 아우르는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그가 자연을 시로 번역하고, 감정의 결을 그림과 함께 엮어낸 첫 시 그림책이다.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유아부터 초등 고학년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시와 그림을 함께 음미하려는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조용히 자연을 응시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 그 자체를 선물한다.

△ 소나무와 자작나무/ 함성호 글, 김민주 그림/ 국수/ 1만 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