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산업단지 내 제조시설로만 사용 가능한 부지에 대기업이 생산한 생활용품 물류가 장기간 보관돼 있다 /사진제공=머니S 독자제공


국내 대표 생활용품 기업의 물류를 담당하는 하청업체가 공장 전용 부지를 창고로 불법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머니S> 취재에 따르면 국내 대형 생활용품 기업 A사는 김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물류를 하청업체 B사에 위탁했다. 그런데 B사가 물류를 보관하기 위해 임대한 공장부지가 법적으로 제조시설로만 사용 가능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이를 창고로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부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상 창고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제조 전용 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사는 이를 알고도 물류 창고로 전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민원이 제기된 이후에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거짓 해명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머니S> 취재진이 불법 전용 사실이 명시된 김천시의 공문을 제시하자 입장을 바꾸며 "빠른 시일 내에 다른 부지를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 부실과 사후 대응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하청업체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자 대표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A사가 하청 물류 운영 과정에서 법적 문제를 장기간 파악하지 못한 점은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B사가 창고로 사용한 해당 부지는 김천시가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한 산업단지 부지로 조성원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절반 수준에 분양된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공공 예산이 투입된 부지를 기업이 목적 외 용도로 불법 활용해 왔다는 사실은 시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산업단지 부지는 지역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공자산인데 이를 창고로 전용한 것은 명백한 공공 이익 침해"라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천시는 현장 조사를 통해 불법 용도 변경 사실을 확인하고 B사에 과태료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해당 부지에 대한 사전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청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윤리적·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이 같은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방관한 대기업에 대한 제도적 감시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물류 창고의 불법 전용을 넘어 대기업의 책임의식과 하청업체 관리 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함께 철저한 진상 조사,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