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인 에어부산과 진에어 합병이 추진되는 가운데 소액 주주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넥스트라이즈 2025'에서 대한항공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항공기 외관검사 자동화 시스템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산하 자회사인 LCC(저비용항공사) 3사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통합 작업이 시작되면서 상장사인 에어부산과 진에어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관건은 합병 비율이다. 특히 장기 보유 소액주주들의 반대 목소리도 들린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2020년 11월17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 1억3157만8947주를 1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후, 지난해 12월12일 잔금 8000억원을 수령해 계약이 종결됐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는 대한항공이 됐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계열 LCC는 자연스레 통합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지분 54.91%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로는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 대해 실질 지배력을 보유, 에어서울에 대해 의결권의 과반수를 소유하고 있다.

에어부산 주주 "LCC 통합 반대"

사진은 진에어 B737-800 항공기. /사진=진에어

인천을 거점으로 한 3사 통합 브랜드 '진에어'가 출범되면서 상장사인 에어부산은 진에어에 흡수합병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 주식은 향후 진에어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으며 공정한 합병 비율 산정이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부 에어부산 주주들은 여전히 통합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권익 플랫폼 액트 관계자는 "에어부산 주주는 부산 시민들이 많다"며 "에어부산 주가는 3년 전과 5년 전에 비해 현재 가격은 턱없이 내려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 완료를 위해 지분 인수 과정에 있어서 주주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인지 아닌지는 기존 주주들의 평균 매수 단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장기보유 주주들은 현재보다 평균 매수 단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시가보다 프리미엄을 주고 공개매수를 한다고 해도 반발이 예상된다"며 "에어부산 주주는 통합에 대해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며 진에어 주주들은 돌파구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병 과정에서 공개매수 가격 나왔을 때 에어부산 측 주주들의 마음에 안 들면 폭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상장사 간 합병은 자본시장법상 절차와 주주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 상장사끼리 합병은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은 '상장법인 합병가액 산정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한국은 공정한 합병가액의 산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1997년부터 지금까지 상장법인 간 합병 그리고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의 합병 시 합병가액의 산정 방법에 대해 자본시장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입법 취지와는 달리 시장 주가에 의해 획일적으로 산정되는 합병가액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상장법인 간 합병사례를 살펴본 결과, 합병 발표 1년 전부터 누적 시장조정수익률이 평균 -16%로 나타나, 합병가액 산정에 기준이 되는 시점이 소수 주주에게 불리하게 선택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황 연구원은 합병비율이 법에 의한 산식대로 결정된 경우,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있어도 주주들이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주주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합병의 경우 합병유치 청구권, 합병검사인제도, 합병관계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해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전망이 이어진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이후 영업이익 기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무안사고 이후 국제선 여객 수 기준 1위,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며 "에어부산과 합병하면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부산의 여객 수송 중 80% 이상이 김해공항에서 나오기 때문에 인천·김포공항 중심인 진에어와 캐니벌라이제이션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캐니벌라이제이션은 '제살깎아먹기'로 정의된다. 한 기업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을 잠식해 매출 감소를 야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 연구원은 "진에어는 가만히 있어도 국내 LCC 시장점유율 40%를 확보하게 된다"며 "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자체적 노선확장이나 투자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에어는 수도권 공항에,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어 FSC(풀 서비스 항공사)보다 시너지 창출에 유리하다"고 했다.

여러 상황에 대해 진에어 관계자는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3사가 상호 협의해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