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 / 넷플릭스 트리거 제공

배우 김남길 / 넷플릭스 트리거 제공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트리거' 1980년생인 김남길이 극 중 88년생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극본 권오승/연출 권오승, 김재훈)의 주인공 김남길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지난 25일 공개된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다.

김남길은 연쇄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도 역할을 맡았다. 이도는 스나이퍼로 활동했던 전직 군인이자 정의감 넘치는 현직 경찰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총기 사건의 중심에서 불법 총기의 출처를 쫓는 인물이다. 김남길은 깊은 연기와 총기 액션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 (인천 총기 사건의 파장이 커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리 예견하고 만든 게 아니어서 작품과는 별개로 봐주셨으면 한다. 어쨌든 우리나라 배경으로 판타지적인 요소를 뒀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 놀라기도 했다. 작품 안에 희생자가 실제도 있으니까 조심스럽다. 시기가 맞물려서 그런 것 같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든 작품이었나.

▶우리나라는 국민 절반이 총을 다룰 수 있는 나라다. 이게 글로벌에 공개됐을 때 '어떻게 다 총을 다룰 줄 알지?' 이런 반응이 나올 것 같더라. 총기를 접하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반응할까? 이 점이 재미있었다. 어릴 때 게임도 하고 총에 대해 많이 알지 않나.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부감이 없게끔 하려고 신경을 썼다.

-총이 있는 세상은 어떨지 생각해 봤나.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인격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완성된 시기가 아니다. 조금만 감정적으로 변할 땐 '총이 있으면 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응징하려는 게 아니라 총이 갖고 있는 권력적인 부분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많이 억압되고 눌려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았던 시기이고 그때는 지금보다 어렵다 보니 탈출구 같은 느낌으로 총을 가진다면 어떨지 상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 생각인가.

▶가치관이 좀 바뀌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어떤 형태로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면 생각이 달라졌다. 미국 사회에서 총을 합법이었던 것이 가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기에 우리도 그런 이유로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얻어지는 평화는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다. '트리거' 엔딩이 좋았던 것은 앞으로 살아갈 세대에 그런 위험이 있는 요소를 조금은 제거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서였다.

-총기 액션은 어떻게 소화했나.

▶(이도가) 관찰자 입장으로 해결하려고 들어갔다. 보편적으로 총기 액션이라고 하면 악당을 응징한다든지 복수의 대상이든 도구로써 활용이 됐다면 ('트리거'는) 누군가의 마음속 트리거를 자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액션이 제일 어렵고 사실적인 걸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을 쓰는 액션과 달리, 상대방의 행동을 어느 정도 묶어둘 수 있을 정도만 했다. 특수부대 출신의 조언을 받았다. 순서나, 전문적인 손짓을 배우고 따르려고 했다 .

-시청자는 이도에 이입하기보다 응징하기를 더 바라는 것 같다.

▶'도대체 언제까지 착한 척을 할 거야' '쏴!' 이런 반응이 많더라. 예전의 잘못,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인물이다. 하면서도 답답하기는 했다. 다른 배우가 '오랜만에 순한 맛이네'라고 하더라. 직설적이고 본능적이고 자연인 김남길이 가진 걸 확장하다 보니까 답답하고 시원한 것을 추구하는데, 이번에는 주변에서 순하다고 하더라. 이도가 가진 캐릭터가 있고 작품의 메시지가 있으니까 절제하려고 했다. 답답한 부분도 있었지만 죄를 똑같은 죄로 반복하고 갚는다는 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 않나. '죄를 지은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게 이해가 된다기보다, 그 방향성을 극한으로 치닫는 것보다 다른 방향이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극 중 88년생으로 나오는 데 특별히 노력한 점은.

▶어떤 분들은 그래서 머리를 짧게 잘랐냐고 물어보더라. 스나이퍼가 가진 성향이나 특징을 보여주려고 해서 머리를 짧게 자른 거다.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인물인 것 같았다. 동안이기는 하지만 (웃음) 88년생에 맞춰서 특별한 준비보다 있는 그대로의 천방지축의 모습을 부각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과 있을 때 그렇게 하려고 했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면 깊게 빠지는 경우가 있다. 88년생에 대해 고민하면서 밝고 청량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대본을 보고 '그냥 내 나이 또래로 해도 되지 않나' 싶었다. 이도처럼 철학을 가지고 있고 절제가 있는 인물이면 어느 정도 살아온 시간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더 어린 친구들을 캐스팅하려고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웃음) 감독님이 그건 아니라고 했다.

-지금 장발 헤어스타일은 작품 때문인가.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늙기 전에 이런 걸 해볼까 싶어서 길러봤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