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lla Sujin, Daughter of the Forest, 2025, watercolor on paper, 31 x 23 cm (Detail cut) Courtesy of CHOI&CHOI Gallery and the artist (초이앤초이 갤러리 쾰른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독일 쾰른에 위치한 '초이앤초이 갤러리 쾰른'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 여성 작가 다섯 명의 단체전 '그녀가 결코 쓰지 않은 시처럼'을 선보인다.

오는 8월 1일부터 31일까지 펼쳐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작품이 내포한 '말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이 공개된다.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각자의 시적 언어를 구축하는 이들의 작업은 언어를 초월한 시각적 상징성을 통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지나 작가는 정교한 에그 템페라 기법으로 기억, 환상, 문화적 파편이 충돌하는 초현실적 세계를 그린다. 동아시아 회화의 고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영감받아 이국적인 식물, 동물, 유물들이 혼재하는 '경이로운 방'을 통해 문화적 소속감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로마에서 작업하는 권죽희 작가는 오래된 책을 섬세한 종이 조각으로 변모시킨다. 책의 페이지를 자르고 찢는 과정을 거쳐 '종이 폭포', 둥지, 고치 등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완성한다. 이를 통해 무상함과 부재, 반복에 대한 명상적 탐구를 보여준다. 파괴와 소멸이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파리에 거주하는 스텔라 수진 작가는 꽃, 여성 성기, 진홍빛 입술 등 여성성과 연관된 시각적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수채화를 주 매체로 사용해 감각적인 색채와 불안감을 자아내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상징, 초현실주의, 신화, 현실이 공존하는 장면을 구축하며 관람객의 고정된 인식을 흔든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홍세진 작가는 제한된 청각 속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95데시벨 이상의 극단적인 소리만을 인지할 수 있는 그녀는 회화와 설치를 통해 인간 감각의 비정형적 언어와 신체적 인지를 실험한다. 파스텔톤의 기하학적 구성과 유기적 곡선, 반투명한 표면은 이러한 탐구의 결과물이다.

뒤셀도르프에서 작업 중인 이소정 작가는 자신의 꿈과 악몽을 풍부한 상징적 시각 세계로 옮겨낸다.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에서 영감받아 외로움, 소외감 같은 감정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종이비행기, 비옷 등 일상적인 사물에 새로운 상징성을 부여하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