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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시 옥길동에 위치한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지난 4일 미얀마 국적 30대 노동자가 감전 추정 사고를 당한지 나흘째인 7일 오전. 공사장 주변 곳곳에 '추락 주의'를 알리는 경고문이 붙어있고 내부와 외부에 인적을 찾기가 어려워 사고 후 현장이 중단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한 이주노동자 A씨는 사고 당시 고장 난 양수기 펌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하 18m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모와 장화를 착용했지만 절연 장갑 등 감전 예방 장비를 갖췄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동료인 미얀마 이주노동자 10명을 상대로 안전 교육 여부, 장비 지급 실태 등을 수사중이다.
거대 중장비들만이 조용히 멈춰 선 공사장 인근을 산책하던 주민에게서 현장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옥길동 주민 B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바쁘게 돌아가던 공사장이었다"며 "사람이 다쳤다는 뉴스를 들었고 이후엔 사람이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하 18m는 아파트 약 6~7층의 길이다. 이 정도 깊이로 내려가야 하는 작업이라면 계단·난간·추락방지망 등 기본 안전 설비가 당연히 갖춰졌어야 한다.
전재희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고 당시 비가 온 정황도 있어 감전 위험을 인지할 수 있었다"며 "이런 날씨에 설비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안전관리책임자가 장비 착용 등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청업체가 직접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하청이 관리하는 문제가 여전해 위험 작업에 대한 책임과 이행은 크게 발전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안전 장비는 보여주기식? … 통제 중심 '요식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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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현장에선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이 속속 도입됐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안전관리 기술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작업자가 보디캠을 착용하고 관리자는 CCTV로 실시간 감시를 하는 등 첨단 장비가 사용됨에도 이 같은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한 데 대해 현장 노동자들은 실효성에 회의를 보인다.
건설노조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는 안전 고리를 걸 수 있는 구조물이 없는데도 안전모를 착용한 모습만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형식적인 것이 아직 많다"면서 "안전관리보다 통제 중심의 방식이다"라고 고발했다. 시스템은 발전했지만 노동자 보호보다 규제를 이행하는 '증거 확보'의 도구로 이용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전 실장은 안전 교육 수료증의 허위 발급과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시스템의 문제로 지적했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공사장의 80~90%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국적은 베트남, 미얀마,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하다. 전 실장은 "일부 안전보건 교육기관이 돈만 받고 가짜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며 "건설업체는 교육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제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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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다. 이들은 고용 계약조차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 실장은 "미등록 이주노농자들이 중소건설업체뿐 아니라 10대 건설업체 현장에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가 추진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이 같은 하도급 구조의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이번 사태가 법 시행에 발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고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란봉투법은 현재 8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표결이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