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호 네이버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 /그래픽=강지호

네이버클라우드가 정부 주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에서 탈락하며 소버린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빅테크로서 AI 주도권 확보에 나섰지만 1차 관문조차 넘지 못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이해진 창업주가 과거부터 강조한 소버린AI(주권 AI) 기업으로서의 위상이 타격을 입으면서 기술 책임자인 성낙호 네이버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1차 평가에서 SK텔레콤 LG 업스테이지 등만 통과하고 네이버클라우드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산 모델 의존 논란이 불거지며 독자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해진 창업주가 그간 수차례 강조해 온 '소버린 AI' 비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이해진 창업주는 줄곧 소버린 AI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AI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구글이나 MS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술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독파모는 소버린AI를 세우고자 하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해진 창업주는 소버린AI를 회사의 존망이 달린 문제로 판단해 지난해 직접 사내이사로 복귀하기도 했다. KT는 물론 카카오 등 경쟁사들이 MS와 오픈AI와 손잡았지만 네이버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갔다. 성낙호 기술총괄은 작년 5개 정예팀 선발 당시 소버린 AI 개념은 네이버가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고 했고,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도 그해 4월 "외산 기술을 들여와 상표만 붙이는 걸 소버린 AI라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타사들을 직격한 바 있다.

하지만 독파모로 실상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과기정통부의 독자성 기준에 미흡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리바바 큐웬(Qwen)2.5 모델 비전·오디오 인코더 및 가중치(웨이트)를 미세조정(파인튜닝)해 사용한 것을 지적하며 별도의 독자성 분석을 거쳐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은 2차 단계 진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과기정통부는 공모 단계부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해외 모델을 미세조정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 전 과정을 수행한 국산 모델이라고 명확히 했다. 전문가 평가위원들 역시 네이버클라우드 모델의 독자성 한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탈락은 네이버클라우드의 AI 전략 전반에 적잖은 타격을 안겼다는 평가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 카카오·NHN클라우드와 함께 1조4600억원 규모의 정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조달·운영 사업자로 선정돼 독파모 프로젝트에서 GPU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국내 AI 대표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상징성 확보를 노렸던 승부수였지만 패착이 됐다"며 "차별화를 시도한 옴니모달 AI 역시 자충수였다"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 AI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성낙호 기술총괄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성총괄은 독파모 결과 발표 전부터 부담감을 토로했고 자산의 거취를 불안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이후 조직을 책임지며 사실상 AI 기술 전략의 전면에 섰다. 독파모 프로젝트는 성 총괄 체제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대형 시험대였다.

AI업계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 AI 전략이 하정우 전 센터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AI 조직 재편과 기술 로드맵에서 보다 명확한 색깔과 차별화된 비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