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핵심으로 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연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은행과 핀테크 업체의 강점을 결합한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체안 비공개회의를 열고 다음 달 초 법안 발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한국의 통화와 자본시장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발행 주체를 두고 한국은행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간 이견으로 법제화는 미뤄지고 있다.
한은은 금융안정과 지급준비금의 신뢰성을 이유로 은행 지분이 '50%+1주'를 넘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발행 주체로 해야 한다는 이른바 '51% 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해당 기준이 금융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핀테크 업체 역시 발행 주체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은행과 핀테크 간 협업 모델을 제시한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처럼 채권 등 자본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핀테크나 스타트업이 지급준비금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은행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은행이 컨소시엄 내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은행의 안정성과 핀테크의 기술력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와 1대1로 연동돼 가격 안정성을 추구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구매자의 지갑(계좌)에서 판매자의 지갑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이체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체 수수료만 내면 결제는 몇 초 만에 처리된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환전기가 운영되고 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에 퍼지면 해외여행 시 현지 화폐를 미리 환전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인 지급준비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핀테크 업체는 해외 전자결제와 관련된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전자결제 전문기업 NHN KCP는 온·오프라인 결제대행(PG)과 부가가치통신망(VA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아마존·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을 주요 가맹점으로 확보하고 있어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안정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 중인 만큼 제도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은행과 핀테크 업체의 결합 구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프라를 구축하면 해외 자금이 유입돼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해외 수요가 커지게 되면 우리나라 국채 시장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4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계기로 중장기적으로 국익에 부합하는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은 "핀테크 업체도 함께 참여하는 경쟁 촉진형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례를 보더라도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법 중 기능별 규제원칙을 적용해 발행·유통·보관·결제 기능을 분리 규율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