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매트 도일(왼쪽)과 센젤 아마디 공연 장면(오디컴퍼니)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135분간 1920년대 광란의 미국 뉴욕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초호화 파티에 초대되고, 은밀한 환락의 현장을 목격하며, 한 순애보 남자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들은 여정. 짧은 여행이었으나, 그 여운은 길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뉴욕과 런던을 거쳐 드디어 서울에 상륙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개막 공연에는 손숙, 전미도, 남경주 등 배우들을 비롯해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 박인건 국립극장장,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 등 공연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한국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기획부터 제작까지 주도한 작품.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동명 소설을 새롭게 각색했다. 1920년대 혼란한 미국을 배경으로 신흥 갑부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한 '데이지 뷰캐넌'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공연은 제68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 제77회 토니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의상 디자인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지난해 4월 개막해 흥행 순항 중이고, 런던 웨스트엔드에선 지난 4월 막을 올렸다. 이 두 무대는 세계 뮤지컬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조던 베이커 역의 앰버 아르돌리노 공연 모습(오디컴퍼니 제공)

개츠비 저택 파티 장면, 공연의 백미


'위대한 개츠비'는 해외 무대에서 쌓은 명성에 걸맞게 국내 관객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켰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음악, 무대 연출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었다. 신춘수 대표가 한국 공연을 위해 조명과 의상 등 모든 부분에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는 말이 납득되는 무대였다.

개츠비를 연기한 매트 도일은 감미로운 목소리가 돋보였다. '그녀를 위해'(For Her)를 부를 때는 첫사랑 데이지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묻어났고, '차 한 잔만'(Only Tea)에서는 데이지를 만나기 전 초조하고 긴장한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신 대표가 그를 "개츠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배우"라고 평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데이지 역의 센젤 아마디도 탁월하게 제 몫을 해냈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For Better or Worse) 등 난도가 높은 넘버들을 폭발적인 성량으로 소화하며 무대를 장악했다. 특히 도일과의 호흡은 '나의 녹색 불빛'(My Green Light)에서 절정에 달했다.

2막의 개츠비 저택에서 펼쳐지는 파티 장면은 공연의 백미. 흥겨운 음악과 커플 춤, 4명의 앙상블이 선보이는 탭댄스가 어우러져 라이브 공연만이 전할 수 있는 매혹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객석에서는 '브라보'와 박수가 쏟아졌다.

'위대한 개츠비' 앙상블 공연 모습(오디컴퍼니 제공)

"완성도 높은 무대…번역·자막은 아쉬움"

전문가들은 호평했다. 뮤지컬 연출가 유희성 광주교대 특임교수는 "화려한 의상과 파티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무대 세트도 작품에 맞게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됐다"며 "한국에서도 장기간 흥행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며 "마지막 장면은 겉으로는 왁자지껄 즐거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어두운 면과 씁쓸한 회의감이 담겨 있다, 덕분에 이 작품이 화려함에 그치지 않고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고 평했다.

"화려함의 끝판왕", "완벽한 뮤지컬" 등 온라인 관람 후기도 대체로 긍정적이나, 아쉬움을 드러낸 의견도 있었다. 번역과 자막 부분에서다. "일부 넘버에서 가사와 자막이 맞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자막이 무대 조명에 일부분 가려져 다른 위치의 스크린과 번갈아 봐야 해 불편했다"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위대한 개츠비'는 오는 11월 9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