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부천 공장 전경. /사진=DB하이텍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데이터센터·에너지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AI 산업을 키우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곳과 이를 뒷받침할 전력이 필수지만 관련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건설로 2038년까지 전력 수요가 5배까지 늘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간 해결이 어려워 전력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는 '전력반도체'가 꼽힌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력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최윤화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회장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급증하며 전력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며 "전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전력 소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전력반도체 선두 기업 DB하이텍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1년 설립된 DB하이텍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으로 국내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혔다. DB하이텍이 국내 2위·세계 10위권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김준기 창업주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DB하이텍 충북 음성 상우공장에는 '우리는 비메모리에 헌신하여 조국의 선진화에 기여한다'는 김 창업주의 친필 문구가 걸려 있다. 대다수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던 시기, 그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사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DB하이텍은 저전압(5V)부터 고전압(1200V)까지 전력반도체 설계를 모두 지원하고 화합물 반도체 양산까지 앞두고 있다.

DB하이텍의 전력반도체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DB하이텍은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기반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에서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 실리콘(Si) 기반 전력반도체는 최대 동작 온도가 약 150도 수준이지만 SiC는 400도·GaN은 800도까지 견딘다. 절연파괴전계(반도체 성질 유지 최대 전압)도 실리콘 대비 10배 이상 높다.


AI 데이터센터는 차량이나 가전보다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만으로는 운영에 한계가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실리콘카바이드는 내년까지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은 그 이후 시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가 빠르게 늘면서 투입되는 전력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섬 구조'인 한국 특성상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지만 신규 SMR 1기 건설에만 10년이 걸린다. 결국 기존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DB하이텍 주가도 상승세다. 회사 주가는 지난해 12월 13일 장중 최저가 2만9100원에서 지난달 21일 장중 7만2700원까지 뛰며 약 150% 상승했다. 전력반도체 덕분에 지난 10일 발표한 3분기 실적도 견조했다. DB하이텍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747억원, 영업이익도 8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71%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