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과거 정부의 쌀 초과생산분 의무 매입을 "백해무익"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14일 KRC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의 김 사장./사진=한국농어촌공사 홈페이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의 쌀 초과생산분 의무 매입을 두고 "백해무익"이라 비판한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KRC) 사장의 과거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과 김 사장의 입장이 엇박자를 보이면서 향후 농정 추진 과정에서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5월14일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2028년 5월13일까지다. 1968년생인 김 사장은 청주 신흥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행정고시 37회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농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 농어촌정책과장, 새만금개발청 개발사업국장, 농촌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실장, 차관보 등을 거쳤다.


김 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농정라인 인물로 꼽힌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더불어 농식품부 차관으로 임명돼 이듬해 7월 초까지 차관직을 수행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이주호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KRC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정일영 당시 더불어민주당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김 사장의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대선을 3주 남겨 둔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보은성 알박기 인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인사권 남용을 넘어 주권자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제2의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을 바라보는 KRC 내부의 시선은 신중한 편이다. KRC 노조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선임된 인물이고 임기 초반인 만큼 아직은 지켜보고 있다"며 "(사장) 임명 당시가 정권 교체기다 보니 (낙하산·알박기 문제가) 예민하다고 입장을 표명했고 (김 사장도) 와서 잘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을 둘러싼 안팎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농정 패러다임이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김 사장은 이와 상반되는 입장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농정 정책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양곡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곡법은 쌀 생산량이나 가격 하락 폭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분을 매입하는 등 대응 조치를 의무 시행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그는 농식품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2022년 12월 한 매체에 "백해무익한 '쌀 의무매입' 양곡법 개정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뚜껑을 열지 않더라도 밥인지 죽인지 알 수 있다"며 양곡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논에 타(他)작물 재배를 지원하더라도 쌀 공급과잉이 심해져 재정 부담 증가, 쌀값 하락 등이 우려된다"며 "양곡관리법이 개정될 경우 공급과잉인 쌀 생산이 유지되고 밀과 콩으로의 재배 전환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KRC는 쌀 재배면적 조정을 추진하는 기관으로 양곡법과 관련이 깊다.

농민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숙원 사업인 양곡법 개정에 대해 김 사장이 '백해무익'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한 만큼 농민단체의 불신과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민단체들은 2023년 농식품부 차관이던 김 사장에게 양곡법 개정 반대 행보로 농업계 분열을 일으켰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KRC 측은 김 사장의 양곡법 관련 입장 변화를 묻는 질문에 "양곡법과 관련된 입장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양곡법은) 농식품부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공사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