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각)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취임 후 첫 일본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재일동포들과 만나 그동안의 희생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오후 방일 첫 일정으로 재일 동포들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 고비마다 발벗고 고국에 손을 내밀어주셨다. 여러분의 애국심을 꼭 기억하고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정권 아래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희생됐던 재일 동포들을 떠올리며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바다를 건너와 고된 노동을 견디면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방일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을 먼저 찾은 것인데 이같은 행보는 이례적이다. 이날 현장에는 이 대통령, 김혜경 여사,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이혁 주일대사 내정자 등이 참석했다. 재일동포는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사랑하는 재일 동포 여러분, 진심으로 반갑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대한민국 고국 국민을 대표에서 감사말씀드린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양자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찾은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뜻깊은 방문에 첫 공식행사로 여러분을 뵙게 돼 특히나 더 의미가 갚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순국 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떠올렸을 때 특히 마음이 쓰였던 분들이 바로 재일 동포"라며 "도쿄의 중심지 곳곳에 동포 여러분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오롯이 녹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여러분은 언제나 모국이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돼 주셨다"며 "오늘날 주일 대한민국 공관 10개 중 9개가 재일 동포 여러분의 기부로 이뤄졌다고 들었다. 1988년 올림픽 때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때도 역사적 고비마다 발벗고 고국에 손을 내밀어주셨다"고 했다.

그는 "그리고 직시해야 할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있다. 위대한 민주화 여정 속에서 많은, 정말로 많은 재일 동포들이 억울하게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며 "제가 직접 만나 뵌 분도 몇 몇 계신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가 폭력의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공식적으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 당시 중앙정보부는 재일교포 유학생 등을 '학원침투 북괴 간첩'으로 몰아 재일교포 유학생들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수감시켰다. 일부는 중형을 선고받거나 일본으로 추방됐다.

이 대통령은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책임지는 부강한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민의 기본 책무, 동포 여러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긴 세월 우여곡절을 넘어 한일 관계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는 말에 걸맞게 연간 1200만명의 한국인, 일본인들이 상호 양국을 오가며 교류하고 있다. 양국 국민이 서로 신뢰의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풍부하게 채워주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역사, 동포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빛나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김이중 재일민단중앙본부 단장 역시 환영사를 통해 "광복절 80주년 즈음 재일 동포에 특별메시지를 발표해 주셨는데 재일 동포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고 크나큰 보상이었다"며 "재일 동포 사회는 1세를 시작을 4~5세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해진 모든 재일 동포 사회와 이제는 당당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함께 밝은 미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일간 협력과 우호가 절실하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