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일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의 신작 개인전이 가고시안 갤러리 주최로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APMA 캐비닛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2일 APMA 캐비닛에서 공개되고 10월 11일까지 이어진다.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 회고전 '무라카미좀비' 이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또한 2013년 삼성미술관 플라토 개인전 이후 12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다.


1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라카미 다카시는 "나의 작품 세계에 많이 등장하는 '꽃' 오브제는 일본 전통 회화인 니혼가(日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며 "전통 기법에 애니메이션, 만화, 오타쿠 문화, '카와이'(kawaii, 귀여움을 추구하는 일본 문화) 감성을 혼합했다"고 밝혔다.

다카시 무라카미,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 2025 (디테일), 알루미늄 프레임, 캔버스에 아크릴, 금박, 100 x 300 cm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이번 전시는 무라카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인 '꽃'을 집중 조명한다. 작가의 대표 이미지인 '활짝 웃는 꽃'은 1995년 처음 등장했다. 무라카미의 '슈퍼플랫'(Superflat) 미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이다.

꽃 아이콘은 미스터 디오비(Mr. DOB)와 함께 판화, 영화, 디지털 아트, 회화, 조각 등 수많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단독 초상이나 정교한 별자리처럼 묘사된 꽃 모티프는 숙련된 장인 정신과 대중적 매력을 결합해 고급 예술과 대중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의 상징적 도상이다.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후기 자본주의 소비문화와 취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주요 작품으로는 해골 문양이 새겨진 금박 화면 위로 만개한 꽃들이 펼쳐지는 회화 '써머 베이케이션 플라워스 언더 더 골든 스카이'(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2025)가 있다. 오가타 코린의 린파 화풍을 재해석한 '타치아오이-주'(Tachiaoi-zu)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또한 '헬로 플라워리안'(Hello Flowerian)(2024)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조각은 무지개색 채색과 금박 마감으로 제작된 것이다. 밝고 순진무구한 외관과 달리 전후 일본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성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을 내포한다.

이번 전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예술 세계를 응축적으로 경험하는 기회다. 밝고 천진무구한 이미지 속에 담긴 작가의 시대 풍자와 비판이 가슴에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