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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이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실속을 차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가치측정자산 평가이익만 의존해 실제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영업현금흐름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 상반기 큰 수익을 거둔 IB(기업금융) 부문 역시 스몰딜 위주의 공격적 영업으로 도덕적 비난까지 받는 상황이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별도 기준 SK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52억원)과 비교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35억원에서 15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SK증권이 단기간 내 흑자 전환한 건 공정가치측정자산의 처분이익과 평가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9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던 금융상품관련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24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흑자 전환에도 영업활동순현금흐름은 1266억원에서 -203억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현금흐름과 직접 관계 있는 순이자 및 순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가치측정자산 평가이익만 크게 늘어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순수수료·순이자·배당 수익 등 세 부문의 합계 순수익은 1202억원으로 전년 동기(1148억원) 대비 55억원(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가치평가손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변화하는 수익으로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선 순수수료 및 순이자수익과 등의 안정적 수입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의 증가 역시 영업이익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98억원으로, 이 중 287억원이 올해 2분기 중 전입됐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투자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자금이다. 앞으로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이 늘어날수록 충당금도 늘어난다. 충당금은 미리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늘어날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요인이 된다.
상지건설·비비안 등 공격적인 스몰딜로 투자자 비난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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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문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자기매매와 IB(기업금융) 부문이 각각 162억원과 3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위탁매매(-298억원) 저축은행업(-51억원)은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기매매 부문의 경우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활황으로 투자한 금융상품들의 평가가치가 상승한 영향이다. IB부문은 올해 유상증자를 포함한 IPO(기업공개)와 메자닌자본(전환사채 등) 등 주관사 실적 덕분인데 이 과정에서 문제 있는 기업들의 증권 발행 주관 업무도 맡아 투자자 비난이 일기도 했다.
SK증권은 올해 상반기 이재명 대통령 테마주로 유명한 '상지건설'의 유상증자를 주관했다. 청약 당시 상지건설 주가가 크게 오르며 신주가격은 2만2850원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 규모도 200억원에서 914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높은 신주가격으로 인해 저조한 청약률을 보이며 실제 발행량은 102억원에 그쳤다. 현재 상지건설의 주가는 신주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1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한계기업인 해성옵틱스(95억원)와 정치 테마주인 비비안(110억원)의 유상증자를 주관하기도 했다.
3분기에도 한계기업인 형지글로벌(192억원) 지엔코(117억원) 스코넥(171억원) 등 유증을 주관했다. 최근 소액주주와 갈등으로 문제가 불거진 휴마시스 최대주주인 빌리언스의 유증 청약도 이달 중 주관할 예정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계기업과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기업의 주관을 맡을 경우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거둘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올해 상반기 매입확약 규모는 1092억원으로 지난해말(2065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대부분 계열사의 신용공여를 목적으로 설정된 채무보증이다. 복잡한 계열사 관계로 인한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SK증권의 올해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대로 낮은 수익성 역시 개선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SK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당기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주가연동형 상품 뿐만 아니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주가에 연동되어 손익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IB부문 사업에 대해서도 "전체 IB 순이익 중 스몰딜로 인한 순익은 5%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며 "현재 각 발행사에 맞는 조달 전략을 세우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