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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가운데 이정복 사장 체제의 한국서부발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안전관리 부실 지적을 받은 데다 경영 성과마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전 공기업 재편 논의까지 나오는 만큼 이 사장의 경영 능력과 더불어 서부발전의 존속 여부까지 불투명하단 관측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기조 속 공기업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 통폐합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까지 염두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0일 "통폐합 문제를 다룰 별도의 비서실장 주재 TF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 TF에 정책실장·정무수석·경청통합수석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 속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발전공기업 통폐합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발전공기업 통폐합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사안이다. 유사·중복 기능에 따른 비효율적 경영 문제와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발전공기업 역시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발전공기업은 한국전력공사 산하 동서·서부·중부·남부·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6곳이 있다.
이정복 사장이 이끄는 서부발전은 존속 여부가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이 사장은 한국전력공사 출신 전문가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여줬다. 지난해 9월 임기 시작 이후 안전관리, 경영역량 논란 등이 이어지며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선 하청노동자 김충현씨가 홀로 작업하다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발전설비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제작하다가 공작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사고 원인을 놓고 한전KPS와의 책임 공방이 있었지만 서부발전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단 관측이다.
김씨가 속한 한국파워O&M이 한전KPS 자회사이고, 서부발전이 사고 발생 장소와 기계를 한전KPS 임대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태안 9·10호기 기전설비 경상정비공사 전용공기구(공작기계)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공작기계에 대한 안전관리 주의 의무는 한전KPS에 있지만 위험방지 조치를 지시할 의무는 서부발전에 있다.
서부발전의 중대재해 책임이 분명해지면서 이 사장의 거취가 불안해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안전관리 책임을 법제화하기로 해서다. 중대재해에 책임 있는 기관장은 해임하도록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일 "안전경영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기관장 책임을 법제화하고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 있는 기관장은 해임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내실을 다지지 못했단 비난도 제기된다. 서부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5%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7.8%에서 3.2%로 떨어졌다. 평택 화력발전소 4기 폐쇄, 계획 예방 정비일수 증가로 인한 가동률 하락으로 전략판매량과 매출액이 떨어진 게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를 보완할 대안이 부재한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방관적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임원진 10명 중 4명은 임기가 마무리된 후에도 후임이 없단 이유로 직무를 지속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8조 5항에 따른 행보로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사장으로서 인사 전반의 쇄신에 무관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이 사장은 현장 점검, 포럼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충남 태안에서 열린 '코웨포(KOWEPO) 미래에너지 포럼'에 참석해 "태안에서의 10년은 서부발전과 지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한 시간"이라며 "앞으로의 100년은 긴밀한 지역 협력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