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수금 잔액이 다시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영업 전반이 위축된 영향이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다음 달 예정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영업 환경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23일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예수금 잔액은 약 99조원으로 집계됐다. 예수금이 100조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예수금은 지난해 9월 말 105조원대에서 10월 말 103조원대, 11월 말 100조원대, 12월 말 99조원으로 석 달 연속 감소했다. 같은 해 9월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수신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업계는 수신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대출 여력 축소를 꼽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면서 저축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개인 신용대출 영업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금을 더 많이 받아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수신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유동성을 관리하는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서 연 3%대 정기예금 상품이 다시 등장했지만 업계 전반의 수신 확대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를 좁혀 자금 이탈을 막는 방어적 조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업계와 만나는 자리가 예정돼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다음 달 5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취임 이후 저축은행 업권과의 첫 공식 간담회다.
간담회에서는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역할과 건전성 관리 기조를 재확인하는 한편 영업 환경과 관련한 업계 건의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저축은행의 지역·중견기업 대출 확대 필요성도 언급한 바 있다.
업계가 가장 현실적인 과제로 꼽는 것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규제 조정이다. 가계부채 규제 이후 생활자금 목적의 소액 신용대출까지 위축되면서 서민금융 공급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상품 성격을 고려한 차등 규제 필요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영업구역 규제에 대한 부담도 다시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상 저축은행은 소속 영업구역에서 전체 대출의 40~50% 이상을 취급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경기 둔화로 연체 위험이 커지면서 이 기준을 맞추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는 의무비율이 완화되면 비수도권 대출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채권 정리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은 캠코나 유동화전문회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매각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PF 정상화와 건전성 회복을 위해 민간 시장을 통한 매각 통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수신 확대도 쉽지 않은 구조"라며 "이번 간담회에서는 서민금융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제도 보완 요구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