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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프트웨어(SW) 기업 오라클 주가가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1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35.95% 폭등한 328.33달러(45만5820원)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9222억달러까지 증가했다. 회사 대주주인 랠리 엘리슨 회장 개인재산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라클은 기업용 SW와 인프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다. 대표 제품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로 AI 개발사에 서비스형 인프라(IaaS)를 제공한다.
이날 주가 상승은 인공지능(AI) 확대로 인한 클라우드 사업 성장성을 증명하면서 나타났다. 샤프라 캣츠 오라클 CEO는 실적 발표에서 폭발적인 AI 서버 수요 증가로 지난 분기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부문 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1529% 폭증했다고 밝혔다. 수주잔고(RPO)도 359% 급증한 4550억달러가 쌓였다.
캣츠 CEO는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 추가 계약을 다수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RPO는 5000억달러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에 전체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어도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올랐다. 오라클 2분기 매출은 149억달러·주당 순익은 1.47달러였다. 이는 예상치 150억달러·1.48달러를 소폭 밑돈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대형사에 비해 높은 가격 경쟁력과 소규모·전용 서비스 제공을 오라클 강점으로 꼽는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계약 모멘텀 강화 주 요인은 오픈AI, 메타,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기업과의 파트너쉽 강화"라며 "AI 기업들은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취하는데 가격 경쟁력이 높은 오라클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안과 데이터 보호 차원에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타입을 선호하는 대기업들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OCI를 채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데이터베이스(DB) 사업으로 이미 확보한 고객들이 클라우드에서도 OCI를 선호하는 이른바 락인 효과도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여전히 핵심 데이터를 오라클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한다"며 "높은 보안성과 안정성을 강점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시장을 선점해 온 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DB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며 "이미 대규모 데이터가 축적돼 이를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 성장과 주가 상승은 단기 깜짝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 구조적 성장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베이스와 클라우드 활용도 증가에 따른 중장기 매출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새로운 데이터센터, 하이퍼스케일러 기반의 매출 증가 기대감도 유효하다"고 짚었다. 이어 "IT 기업 중에서도 관세, 경기 불확실성 영향이 제한적인 업체"라며 "안정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고민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OCI 매출 대부분이 AI 학습 수요에서 발생하는데 앞으로 추론 영역에서도 점유율 확대를 예상한다"며 "AI 추론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모두 갖췄고 데이터베이스는 높은 보안 성능과 AI 특화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클라우드 계약이 실제 매출로 인식되는 시점이 느려 헤드라인 지표 개선이 더딘 점은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매출 및 3분기 가이던스와 RPO 괴리가 상당하다"며 RPO 수익 전환 속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