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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기업 와이씨켐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이번 조달은 만기 차입금 상환을 위한 유동성 확보와 신규 설비투자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회사 시가총액이 2000억원 수준이어서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주가 희석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와이씨켐은 BNK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약 3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발행이 검토되고 있으며, 조건은 최종 조율 단계에 있다. 현재 95% 이상 투자자 모집이 완료된 상태로 알려졌다.
와이씨켐 측은 이번 자금 조달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와이씨켐은 올해 상반기 동안 단기차입금·유동성 장기차입금 상환과 설비투자 등으로 현금 유출이 컸다. 이에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BW·CB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와이씨켐은 상반기 동안 단기차입금 1734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323억원을 상환했으며, 820억원 규모의 유형자산 투자도 집행했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5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이번 조달 목적은 차입금 구조조정과 설비투자 자금 마련으로 해석된다.
경영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 상반기 기준 최대 주주인 이성일 대표는 29.22%, 아들 이승훈 이사는 10.87%를 보유해 합산 지분율은 40.09%다. 올해 1월 이미 9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전환 시 발행주식총수 대비 약 4.4% 수준의 희석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이번 BW·CB까지 모두 전환되더라도 최대 주주 측 지분율은 35% 이상 유지될 것으로 보여 당장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다만 신용등급이 BB+로 낮은 편이고 2023년 78억원, 지난해 82억원, 올해 상반기 2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재무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신속한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이씨켐은 2022년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제도 덕분에 재무 손실에도 상장할 수 있었으며, 관리종목 지정 요건 역시 2026년 말까지 유예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조달이 재무 부담 완화와 함께 신규 설비 투자 및 R&D(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와이씨켐은 유리기판용 3대 핵심 소재(감광액·현상액·박리액)를 개발·생산 중이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유리기판은 단순 소재 혁신을 넘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발열 문제와 미세 회로 형성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딜은 BNK금융그룹 계열사인 BNK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아 경남 지역 거점 상장사와 지역 기반 금융사의 협력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물량이 북(book) 완료된 상태라 조만간 확정 공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성사될 경우 와이씨켐의 성장 동력 확보와 BNK의 IB(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라는 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