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ETF 장기 투자를 강조했다. 사진은 남 본부장. /사진=한투운용

"장기 투자가 중요하지만 많은 분이 실천을 잘 못하고 있어요. 짧은 투자를 하면 중독되기 때문인데요, 매매가 잦은 사람의 뇌 구조가 마약 중독자랑 비슷하다는 논문까지 있을 정도거든요. 짧은 보상에 취하면 매매를 계속하게 되니 악순환이 되는 것이죠. 장기 투자, 실제로는 지루하지만 재미없게 꾸준히 투자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상장지수펀드)운용본부장은 26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의 참여 확대와 연금 자금의 본격 유입이 국내 ETF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 본부장은 ETF 시장 트렌드에 대해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많이 재편됐고 연금 자금이 눈에 띄게 유입되고 있다"며 "월급날 자동 매수처럼 규칙적으로 투자하는 흐름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금 위주의 투자자들이 ETF로 눈길을 돌리며 시장이 커지고 다채로워졌다"고 덧붙였다.

장기보유 ETF 시대엔 '코어-새틀라이트 전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 본부장은 '장기 성장성에 대한 투자'라는 ETF 운용 철학이 확고하다. 그는 "짧은 매매는 중독성과 변동성 위험이 크다"며 "대표 지수와 성장성 높은 테크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는 굉장히 트렌디하고 새로운 종목·테마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한국 ETF 개당 평균 자산 규모가 2000억원이고 대만은 1조원, 일본은 2조원 정도 되는데 이와 비교하면 국내 ETF 개수는 매우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남 본부장은 향후 ETF 시장이 2040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개인 모두 위험 자산 투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ETF 성장과 함께 주목할 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연금 시장 자체의 성장이며, 다음으로는 연금 자산에서 위험 자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10%대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위험 자산 중에서도 ETF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연금 내 위험 자산 비중 확대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그는 "노후에 자금이 부족할 경우 결국 미래 세대의 세금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개인이 위험 자산에 투자하며 스스로 준비한다면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ETF의 성장은 투자 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장기 투자 전략으로 남 본부장은 '코어-새틀라이트 전략'을 추천했다. 대표 지수를 코어 자산으로 두고, AI(인공지능)·반도체·주주환원 관련 ETF 등 트렌드 상품을 새틀라이트로 병행 투자하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주주환원 관련 상품 '주목'

사진은 남 본부장. /사진=한투운용

국내 ETF 시장의 발전 배경으로는 제도 개선을 꼽았다. 그는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 빠르게 제도를 정비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외 ETF 직접투자와 국내 상장 해외 ETF 투자할 때 양도세와 배당세 차이가 있다"며 "외화 유출 측면에서 보면 세제 차이는 개선이 필요하다"라고도 지적했다.

주주환원 관련해선 상법개정·세금 이슈 등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고 있어 관련 상품이 좋은 성과 있을 것이라고 봤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거버넌스에 집중하는 ETF에 관심을 두면 좋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가 있다"며 "이 상품은 본업은 잘 되는데 거버넌스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눌렸던 종목을 발굴해 담는 ETF로, 조만간 빛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험 성향이 낮은 안정형 투자자에겐 월배당 ETF를 추천했다. 남 본부장은 "투자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월배당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하는 투자자가 꽤 많았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경쟁력에 대해 "테크·기술주 관련 상품 라인업이 잘 갖춰져 있고, 사내 모든 부서가 ETF 아이디어를 공유해 집단지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타 부서 직원도 ETF 이해도가 높은 건 'ETF 아버지'라 불리는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의 영향력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ETF 도입에 대해선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출시한 'ACE 유럽방산TOP10 ETF'에 대해서도 "탈세계화 흐름 속 유럽 방산 기업이 성장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정책적 지원과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방산·민간 전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운용사"라며 "투자자 궁금증을 해소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중심 전략으로 ETF 시장에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