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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의 1차전이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윤 부회장은 26일 열린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며 경영 주도권을 확보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사회를 통한 경영진 재편과 사업구조 전환, 부친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과의 주식 반환 소송 등 남은 과제로 옮겨가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26일 오전 10시 세종테크노파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해당 안건은 출석 주식 수의 69.9%(발행주식 총수의 46.9%)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로써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는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확대됐다. 윤 부회장 측은 기존 김현준 기타비상무이사, 오상민·소진수 사외이사에 더해 윤 부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하며 총 5명의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윤여원 대표와 윤동한 회장, 조영주 경영기획 총괄 등 3명은 소수로 남게 됐다.
경영권을 장악한 윤 부회장은 이르면 10월10일 또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경영진 개편을 단행할 전망이다. 이번 임시주총을 신청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 복원을 공언한 만큼, 신임 이승화 이사가 유력한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윤 부회장과 윤 대표가 대화를 통해 소송을 취하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점을 미루어 공동대표나 각자대표 체제를 택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윤여원 대표 측이 임시주총 직전 소송을 모두 취하한 것은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선다는 의미보다 화합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현재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가족 간 협의가 오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2025' 행사에서 "되도록 내부 갈등은 최대한 원만하게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사회 장악한 윤상현 '생명과학 기업' 전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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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사진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체질 개선에 즉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콜마홀딩스는 지난 7월부터 ▲생명과학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 ▲R&D 경쟁력 확보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밝혀왔다.
콜마비앤에이치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20년 1092억원에서 2024년 246억원으로 78% 급감했다. 그룹 내 다른 축인 한국콜마(화장품)와 HK이노엔(의약품)의 영업이익이 최근 3년간 각각 77%, 68%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이번에 영입된 이승화 이사는 CJ그룹에서 신사업 투자를 담당했던 전문가로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뗐지만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10월23일에는 윤동한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주식 반환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린다. 앞서 윤 회장은 윤 부회장에게 2019년에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무상 증자 후 약 460만주)와 2016년에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1만주 반환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소송에 걸린 주식은 콜마홀딩스 지분 13.40%에 해당해, 결과에 따라 윤 부회장의 최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증여 계약서에 반환 의무나 조건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윤 부회장 측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이어 26일에는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이 주총에는 윤동한 회장 측이 추천한 사내이사 8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10명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돼 있어 또 한번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향후 이사회 일정이나 신임 대표 후보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주주들의 뜻을 받들어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를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