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세계 AI 산업계를 이끄는 거물 '빅3'가 치맥 타임을 가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깐부치킨에서 회동을 가졌다. '도원결의' 대신 '치맥결의'라 불린 이날 만남은 단순한 만찬을 넘어 한국 산업계와 전세계 AI 동맹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
이들의 만남이 알려지면서 이날 오후 6시부터 깐부치킨 삼성점 부근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자과 시민 1000여 명이 몰려 들어 경찰과 소방 인력이 안전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깐부치킨 본사 측은 회동 시작 두세 시간 전부터 취재진 출입을 제한하며 매장 일부를 비웠다.
회동 시간인 오후 7시 30분이 가까워지자 황 CEO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매장 앞 인파 속에서 시민들의 사인 요청에도 응하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세 사람은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치킨과 맥주를 곁들였다. 황 CEO는 건배사를 하며 "소맥!"을 외쳐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식사 후 이재용 회장은 "이제는 미국 관세도 타결되고 살다 보니 행복이 이런 맛있는 걸 먹는 게 아닌가 싶다"며 "좋은 날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황 CEO는 취재진 앞에서 "내일 APEC과 한국에서 대통령을 뵙게 되길 기대한다"며 "엔비디아에는 훌륭한 파트너가 많고, 함께 준비 중인 발표도 여러 가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깐부'(Kambu)의 뜻을 알고 있다. 친구라는 뜻 아닌가. 나는 치킨과 맥주를 친구들과 함께 먹는 걸 사랑한다"며 "깐부는 완벽한 장소"라고 웃었다.
그의 말처럼 이날 만남은 '격식보다 우정'을 강조하는 상징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젠슨 황이 직접 고른 장소가 프랜차이즈 치킨집 '깐부'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깐부'는 어린 시절 같은 편을 맺은 단짝을 뜻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대사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의미가 세 기업 간 협력 구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젠슨 황 CEO는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하기 전 삼성전자·현대차그룹 등에 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한국을 주요 AI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며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로봇 분야 협력 확대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차세대 AI칩에 들어갈 HBM4 공급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 1월 엔비디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장 반도체·로보틱스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