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협력사 직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청 노조는 이번 지원을 계기로 근본적인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모습. /사진=뉴스1

한화오션이 협력사 직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원·하청 상생에 나섰다. 조선 업계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구체적인 지급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노조는 이번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근본적인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1일 원청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에게 동일한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원청 직원에게는 기본급 기준 150% 성과급이 지급됐지만 협력사에는 절반 수준인 약 75%가 지급됐다. 앞으로는 협력사 직원 1만5000여명도 원청 직원과 동일한 성과급 비율을 적용받게 된다.


원·하청 간 임금 격차는 조선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하청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반복돼 왔으며 처우 문제로 내국인 숙련공들이 업계를 이탈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도 확대됐다. 현재 한화오션을 포함한 대형 조선소 협력 업체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30% 수준으로 인원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돼 장기근속을 할수록 보상 이익이 크다. 한화오션의 이번 결정은 숙련 인력의 이탈을 줄이고 내국인 숙련공 육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등한 성과 보상으로 생산성 향상과 인력 확보를 도모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지난 10월 2022년 임금 인상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하청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지난 6월에는 원·하청 상여금 격차 해소 요구를 협력 업체 교섭사와 협의 후 수용하는 등 원·하청 격차 및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의 상생 방식은 조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한화오션 상생안에 대해 "바람직한 기업 문화"라고 평가했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에서도 동일 성과급 지급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한화오션 비정규직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원청교섭 쟁의조정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하지만 성과급 지급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부재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가입한 조선하청지회(하청 노조)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성과급 동일 지급 발표 이후 현장에서는 지급 대상과 제외 대상, 근속에 따른 차등 여부 등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답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아직 원청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여부와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세부 방식은 추후 논의될 사안"이라며 "이번 조치는 향후 원·하청에 동일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큰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 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 성과급 지급 대상과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규직 근로자는 해당 사항을 단체교섭으로 정하며 동일 성과급 지급은 하청 노조가 한화오션에 요구한 2025년 단체교섭의 핵심 사항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청 노조는 지난 9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하청 노조에 따르면 올해 한화오션이 하청업체에 지급한 기성금은 3% 인상에 그쳤다. 대다수 하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면서 물가 인상을 감안한 실질 임금은 오히려 삭감됐다는 설명이다. 일시적인 성과급 지급만으로는 원·하청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워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청 노조는 "이번 조치가 그룹 핵심 사업에 대한 정부의 협력과 지원을 위한 일회적 결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성과급 동일 지급이라는 결정만으로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정규직 노동자의 80% 수준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