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세계 반도체와 모빌리티 산업을 대표하는 세 총수가 '치맥'(치킨+맥주)이라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한자리에 모여 눈길을 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엔비디아 측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황 CEO가 한국의 치맥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실무진의 요청을 받고 일정을 조율해 이날 만남을 성사시켰다.
황 CEO의 이번 행보는 다시 한번 소탈한 리더십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대만 '컴퓨텍스 2024'를 앞두고도 TSMC 창립자 모리스 창과 릭 차이 미디어텍 CEO 등 반도체 업계 거물들과 함께 대만 닝샤 야시장을 찾아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황 CEO는 사람들 속을 자유롭게 오가며 현지 음식을 맛보는 등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 방식을 보였다.
이번 회동은 세 기업의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을 앞두고 있으며 6세대 제품인 'HBM4' 개발도 진행 중이다. AI 연산용 메모리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다.
엔비디아는 '치맥 회동' 다음 날인 오는 31일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차세대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 주요 기업들의 AI 인프라 강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공급을 통해 엔비디아의 핵심 메모리 파트너로 자리 잡았으며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현대차그룹 역시 지난 1월 엔비디아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 AI 기반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경주에 머물다 이날 서울로 올라와 회동에 참여한 뒤 오는 31일 오전 다시 경주로 이동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황 CEO는 같은 날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특별세션 연사로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