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솔루션인 CDU(냉각수 분배 장치)를 살펴보는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왼쪽). / 사진=LG전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과 발열 문제를 잡기 위한 해법으로 냉난방공조(HVAC)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산 추세에 맞춰 HVAC 시장 역시 매년 규모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 전자업계도 시장 선점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17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GMI)'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은 올해 3281억달러에서 2034년 5454억달러로 연평균 5.8%씩 성장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기후 변화에 따른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다.


HVAC 기술은 주거 및 사무환경 등 생활환경과 제품 제조, 물품 보관, 인력과 화물의 운반 등 모든 산업과 제조 생태계 전 과정에 필요한 기술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기반이 석탄에서 전기로 옮겨가며 전기에너지 사용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도 제품이나 건물의 열관리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해서다. 특히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HVAC 기술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적극적으로 HVAC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HVAC 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항석 생활가전 에어솔루션 사업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지난 11월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플랙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대형 상업시설, 병원 등을 위한 중앙공조, 정밀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를 기반으로 개별공조 중심의 솔루션에서 각종 산업·대형 건물용 솔루션 및 고성장하는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으로 본격 진출해 B2B 사업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현지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노스 아메리카' 설립했다. 이를 통해 가장 활발하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미국 지역에서 HVAC 사업을 확대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LG전자는 한발 앞서 HVAC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LG전자는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HVAC 사업을 지휘하는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지난해 말 ES사업본부가 출범한 이후 1년 만에 사장급 조직으로 위상을 키운 것이다.

이는 ES사업본부의 성장세와 맞닿아있다. 올해 3분기까지 ES사업본부의 매출은 7조865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한다. 특히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901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2조5874억원)의 30.5%를 차지하며 회사의 확실한 성장축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향후 냉난방과 온수 솔루션을 통합 패키지로 구성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최적의 제품을 공급하고 유럽 HVAC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주도 활발하다. LG전자는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 '넷제로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업무협약, UAE 엑스포시티 두바이 프로젝트 수주 등의 성과를 냈다.

LG전자는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남 창원에 'HVAC 연구센터'도 설립한다.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은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위해 데이터센터부터 상업용·가정용을 아우르는 HVAC 코어테크 기술을 고도화하고 환경 친화적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