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지원TF장에서 물러나 경영 일선에서 용퇴한다.사진은 지난 7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로고가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8년 만에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신임 실장에 재무·전략 전문가인 박학규 사장을 위촉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사업지원TF를 이끌던 정현호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보좌역으로 2선 후퇴하며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재용 체제 2.0의 본격적인 전환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7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의 사업지원TF 사장단 및 임원 위촉 업무 변경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회장 보좌역으로 위촉 업무가 변경되며 이재용 회장을 보좌하는 2선으로 물러난다. 새 사업지원실장에는 박학규 사장이 임명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전환하면서 임시 조직의 한계를 벗기고 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안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을 '비상경영 체제 종료와 함께 본격적인 체계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룹 차원의 전략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글로벌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격변기 속에서 이번 개편은 이재용 회장이 추진하는 '이재용 체제 2.0'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편된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People)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됐다. 최윤호 경영진단실장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을, 주창훈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을 각각 맡는다. 문희동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팀장으로 위촉됐다.


이로써 2017년 11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비상 조직 형태로 출범한 사업지원TF는 8년 만에 정식 조직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트롤타워 부활은 전혀 아니다"라며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명패만 TF에서 사업지원실로 바꾼 수준"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되고 경영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결단으로 풀이된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의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정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되고 경영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결단으로 풀이된다. 1960년 3월생인 정 부회장은 올해 만 65세로 삼성의 주요 경영진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운 퇴진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고경영진의 정년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통상 60세 전후로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전통이 이어져왔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국제금융과로 입사해 2002년 경영관리그룹장, 2006년 전략기획실 상무, 2008년 무선사업부지원팀장을 거쳤다. 이후 2010년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을 맡았고 불과 6개월 만에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으로 발탁됐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잠시 회사를 떠났으나 같은 해 11월 그는 사업지원TF장으로 복귀하며 삼성전자 경영 전반의 조율을 맡아왔다.

퇴임 이후 정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보좌역을 맡는다. 삼성전자에는 별도의 회장 비서실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는 오랜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사업지원실장에는 박학규 사장이 선임됐다. 청주고, 서울대 경영학과, KAIST 석사 출신인 박 사장은 삼성 비서실 재무팀과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을 거쳤다. 2020년 DS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사장에 오른 뒤 2022년부터는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사업지원TF장을 겸임하며 반도체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박 사장은 이재용 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던 시절부터 곁을 지켜온 최측근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