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올해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의 40%를 차지하며 대형사의 수주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조합들이 자금조달 능력을 갖춘 시공사를 선택하는 양상으로 분석된다. 내년 압구정·성수·여의도 등 대형 수주 물량들이 대기 중인 만큼 빅2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5일 총공사비 7987억원의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부터 두 차례 진행된 입찰에 단독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고 조합 총회에서 찬성률 96.9%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해당 수주로 올해 정비사업 누적 실적이 8조3488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29일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증산4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공사비 1조9000억원)의 수주도 유력해 10조원대 수주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해당 사업은 DL이앤씨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8일 3567억원 규모의 부산 사직5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손에 넣으면서 누적 수주액이 9조445억원으로 확대됐다. 가장 큰 관심은 장위15구역(공사비 1조4000억원)이다. 현대건설이 세 차례 단독 입찰한 만큼 사실상 확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는 29일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정비사업 10조 클럽'을 달성하게 된다.
정비사업 양극화 내년 더 심화된다
대형 건설업체 수주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조합들의 위험 회피 전략이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장기간 자금조달이 필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시공사의 경쟁력이 하락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합들이 브랜드·자금력 두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면서 "수도권 사업을 확보한 건설업체와 아닌 경우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0대 건설업체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보면 1·2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 이어 포스코이앤씨(5조9600억원) GS건설(5조1440억원) HDC현대산업개발(3조7900억원) 롯데건설(2조9500억원) DL이앤씨(2조6800억원) 대우건설(2조5000억원) SK에코플랜트(6793억원) 순이다.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올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로 주택사업부문 신규 수주를 사실상 중단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내부 재정비 과정이 진행 중이며 현재 수행 중인 사업의 안정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을 비롯해 여의도,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에서 수조원 규모의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이 줄줄이 예고돼 대형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은 "사고 이력에 따른 페널티와 대출 규제 등으로 중견사들뿐 아니라 대형사들 간 격차도 좁히기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현대건설·삼성물산은 자금 여력이 충분한 만큼 당분간 수주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