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며 집값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대책이 시행 한 달째를 맞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했다. 다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에 대한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더욱 심화되며 양극화가 지속됐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대책 발표 직전(10월13일) 0.54%에서 지난주(11월10일) 0.17%로 둔화됐다.


규제지역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주담대 상한은 ▲주택가격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25억원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줄어든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신규 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명시해 갭투자(전세권을 포함한 매수계약)를 금지했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대책 발표 다음날부터 이달 11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20건으로 직전 한 달(9월18일~10월15일) 1만254건 대비 7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금액도 약 12조3883억원에서 3조1757억원으로 74.4% 줄었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도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이 7만4044건에서 6만2745건으로 15.3% 빠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평균 거래가격은 대책 시행 한 달 만에 1억6000만원가량(12억814만원→13억6882만원) 올랐다.

한 달 거래 2320건… 직전 대비 77% 급감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의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가 집값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월세·전세·매매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스1

그러나 이 같은 하락 국면은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현금 부자들의 고가 아파트 거래가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규제를 비껴간 경기 수원·화성·구리시 등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감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0.47%) 성동구(0.37%) 용산구(0.31%) 서초구(0.2%) 등의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전주보다 높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서도 '15억원 초과' 상급지가 오름세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토스에 따르면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신규 토허구역 효력이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평균 매매가가 2.5% 상승했다.

신고가 거래는 309건 발생해 서울 전체 신고가의 87%를 차지했다. 서울 신규 규제지역에선 45건의 신고가 거래가 발생, 이 중 24건(53%)이 15억원 초과 아파트로 나타났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이번 대책으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며 "규제지역의 거래가 줄면서 집값 상승세는 둔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고가 아파트 매수세는 이어져 자산 가치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강벨트 초고가 주택의 인기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로 30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총 2091가구) 특별공급 276가구 청약에 2만3861명이 몰려 평균 86.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대출이 2억원으로 제한돼 세금 등을 포함 30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신규 규제지역 신고가 53%가 '15억원 초과'

10·15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 한도가 4억원(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축소됐지만 한강벨트 초고가 주택 인기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반포대교에서 바라본 강남·성동·광진 한강벨트 모습. /사진=뉴시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규제 이후 호가 조정이 이뤄졌음에도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져 '똘똘한 한 채'를 노리는 대기 수요가 여전하다"며 "줄어든 대출 한도에 맞춰 평형을 줄이거나 강남 내 하위 입지로 이동해 매수하는 흐름도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출 축소와 자금출처 조사 강화로 수요가 위축됐지만 매물 자체가 워낙 적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며 "강남권은 부동산 외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 수요가 두텁다는 점에서 매수 심리가 회복되면 가장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은선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대책 이후 수도권 아파트의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해졌다"며 "규제지역은 자금 부담이 커져 거래가 급감했지만 비규제지역은 거래가 유지되거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가 주택에 대한 정부의 자금출처 조사로 당분간 조정 속에서 거래 위축과 수요 이동이 병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대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규제지역 지정의 근거로 제시한 가격 통계를 조작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자산 양극화와 지역 간 가격 왜곡이 심화됐다"면서 "대책 발표 사흘 전 9월 통계를 수령한 사실이 있어 10·15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