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기아 화성 EVO 플랜트 East 준공식 및 West 기공식에 참석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NDC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도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나서며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민관이 협력을 강화하는 만큼, 탄소 감축 전략에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현대차·기아 및 87개 자동차 부품 협력기업,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과 '자동차 공급망 탄소 감축 상생 협약식'을 개최했다. 부품 협력 업체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해 자동차 산업의 탄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산업부와 현대차·기아는 1차 협력사의 탄소 감축 설비 교체를 지원하고, 1차 협력사는 지원금을 다시 환원해 중기부와 2차 협력사의 탄소 감축 설비구매 등을 돕기로 했다. 정부와 업계는 이러한 구조를 3·4차 협력사까지 확대,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 연쇄적 탄소 감축 효과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NDC에 대한 자동차 부품업계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인 부품업계는 전동화 전환 여력이 부족해 급격한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래차 매출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전체의 86%에 달해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NDC 현실성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후속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내년도 전기차 상용차 보조금을 올해보다 30% 확대한 9360억원으로 책정했다. 노후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전기차 전환 지원금'도 신설한다.


현대차그룹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이자 수출기지로 육성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국내 친환경차 공급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아 화성 EVO 플랜트 내 무인운반차량(AGV)이 PV5 차체를 운반하는 모습. /사진=기아

기아는 지난 14일 오토랜드 화성에서 'EVO 플랜트 이스트' 준공식과 'EVO 플랜트 웨스트' 기공식을 열었다. EVO 플랜트는 PBV(목적기반차량) 전용 공장으로 이스트에서는 PV5가, 웨스트에서는 2027년부터 PV7 등이 생산된다. 기아는 PBV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2030년까지 89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과 연계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 예정인 기아 전기차 451만대 가운데 58%에 달하는 263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등 국가산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도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차량 수출을 지난해 69만대에서 2030년 176만대로 2.5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차 공장 유치는 NDC 지원은 물론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현대차그룹이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면서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이번 대규모 투자로 이러한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NDC 달성을 위해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친환경 설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제작사의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인프라 구축과 송전 설비는 정부가, 차량 생산은 기업이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손발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