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집행부의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 거부'로 촉발된 도 집행부와 도의회 간 갈등이 결국 민생을 볼모로 잡으며 도정 핵심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표면적으로는 운영위원장의 성희롱 논란에서 비롯됐으나, 실질적으로는 복지예산 대규모 삭감과 행정사무감사 불출석 사태가 겹치며 '예산안 의결 거부'라는 초강수로 이어지는 연쇄 파열이 발생했다.
양측이 한치의 양보 없이 맞서면서 도의회는 '예산안 의결 거부'라는 초강수를 던졌고, 일각에서는 '준예산도 불사한다'는 강경 입장까지 나왔다.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 여야는 도의 예산안을 비롯해 조례안, 동의안, 기금운용계획안 등을 의결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김동연 지사가 직접 밝힌 '복지예산 복원' 약속 또한 의회와의 협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경기도 비서실 등이 '성희롱'으로 기소된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 불출석하고 있는 가운데 조혜진 경기지사 비서실장이 지난 19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자,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24일 성명을 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행정사무감사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비서실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가 최악의 겨울을 맞게 됐다. 1420만 경기도민의 평온한 일상은 이들에게 관심 밖 사안"이라며 "도지사를 보좌해 행정과 정치 전반에 걸쳐 전략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특히 위기나 갈등 상황에서 기치를 발휘해야 함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가 없어도 된다는 존재가치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지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회복시키려면 김동연 지사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파면을 촉구했다.
이같은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자 '직원 성희롱 논란'의 당사자에 대한 처분을 요구하는 경기도 집행부의 출석 거부로 인한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의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 파행 책임이 도의회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경기여성네트워크 등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4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는 책임 회피와 본질 왜곡을 중단하고, 즉각 경기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지난 19∼20일 경기도 대변인실·홍보기획관·경기도중앙협력본부·의회사무처·소통협치관 등 경기도 집행부를 비롯해 경기도교육청 홍보기획관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던 의회운영위 행감이 조혜진 경기도 비서실장 등 경기도 집행부의 불출석으로 인해 파행된데 대한 것이다.
앞서 경기도 집행부는 '직원 성희롱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우식(국민의힘·비례) 의회운영위원장의 자격여부를 문제 삼으며 행감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양 의원의 사건에서 촉발된 문제를 도의회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아 발생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결국 상임위의 예산안 심의 첫 날인 21일, 도에서 제출한 각종 예산 및 동의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집행부는 양 위원장이 직원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으로 검찰 기소까지 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위원장을 사퇴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직자들에 대해 법적 대응 운운하며 2차, 3차 가해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자 같은 당인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예산안 의결 거부'를 결정했다.
복지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경기도는 진화에 나섰다.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인상담센터 지원비, 노인복지관 운영비 등 필수 복지예산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도의회와 협력해 필수불가결한 예산이 복원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와 의회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예산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도지사 비서실장과 보좌진의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보이콧에 맞서 도의회 국민의힘이 예산안 심사만 참여하고 의결에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의회 13개 상임위원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모두 동수로 배치돼 국민의힘이 의결에 불참할 경우 안건 통과는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의회 파행 사태와 연동된 측면이 있는데 예산은 집행부 자체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도민의 삶, 도정 방향과 연관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갈등 문제로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원님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대한 예산이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는 회계연도 15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도의회의 예산안 처리 시한은 12월1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