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논의되는 65세 정년연장에 대해 경영계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연공서열제를 채택한 대다수 기업이 임금 비용 부담에 시달리면서 청년층 취업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정년 이전 퇴직이 일반적인 중소기업은 제도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워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영계는 정년을 당장 늘리기보단 퇴직 후 재고용 등의 방식을 통해 절충안을 찾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근래 정년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경영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낮은 고용 유연성을 고려할 때, 구조개혁 없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서다. 정년 연령을 65세로 조정하면 60~64세 근로자 약 59만명의 고용 유지 비용이 연간 약 30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한국경제인협회 연구결과도 있다.


정년연장이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기업의 임금 비용 부담이 커지면 신규 채용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연공서열제를 택한 우리나라 대기업의 고령자 고용은 지난 20년 동안 492.6% 늘었지만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증가하면 청년 취업난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고용 총량이 한정적인 상황 속 정년 연장(5년)으로 고령 인력이 잔류하면 신규 인력을 뽑을 수 있는 여력은 부족하다"며 "최근 '쉬었음 청년' 비중 늘어나는 등 젊은층 취업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년연장이) 바람직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 적체·중장년 프리라이더 확산 등으로 조직 역동성이 떨어져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산업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젊은 인력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캐치하고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일각에선 시니어 인력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미 대부분 회사에서 관련 노하우가 60세 이전에 전수되도록 체계를 구축해놨다고 본다"고 했다.


정년연장의 수혜 대상이 대기업 근로자에 국한되는 것도 문제다. 고용 여력과 양호한 근로조건을 갖춘 '노조가 있는 대기업 또는 공공부문 정규직'에만 정년연장 혜택이 집중, 비노조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과의 근로조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법정 60세 의무화 과정에서도 정년연장을 통한 고령자 고용 효과가 대기업·공공부문에 편중됐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주된 일자리 퇴직자 가운데 정년퇴직 비율은 17.3%에 그친다.

경영계가 정년연장 대신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장 힘이 실리는 대안은 '퇴직 후 재고용'이다. 기업이 정년에 도달한 고령자와 기존 근로관계를 종료한 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많은 기업이 정년연장의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이·능력 등에 따라 별도 계약 조건이 설정돼 노동자와 기업 모두 최적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단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8월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61%가 60세 이후 고령자 고용방식으로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 성과 기반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총은 합리성이 인정되는 임금체제 개편에 대해선 노동조합의 동의가 아닌 '의견 청취'로 가능하도록 근로기준법의 개정 또는 특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도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취업규칙에 관해 노사합의 절차 없이 가능하도록 노동계약법에 명문화하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기업이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용 유연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세제 혜택 확대·인건비 직접 지원·사회보험료 부담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