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주도의 스테이블 코인 시장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금융강국 도약을 위한 디지털자산 정책 대전환'을 열었다. 이날 행사엔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내 디지털자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승 엑크립톤대표는 이날 미국의 가상자산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한국은 실질적인 진전이 더디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디지털 자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미국을 벤치마킹할 때 어떤 점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될 것이 있고 어떤 부분은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 고민할 상황이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시장구조·비트코인 준비자산 법안을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해 글로벌 생태계 '설계자'를 자임하고 있다"며 "국내는 여전히 금융기관 접근 제한과 추상적인 스테이블코인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으로 흡수한 것은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국이 디지털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한 것은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가지지 않으면 국가 차원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생태계가 정착되기 위한 산업적인 고민들도 한국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이것들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숙제"라고 전했다.
'하이브리드 금융'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김 대표는 "전통 금융과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가 결합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야 되는데 여기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국가 차원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은 개인투자시장 유동성에서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기관과 외국인까지 포함해서 한국을 디지털 전환 유동성의 거점으로 만들어서 자본이 몰리게 만들면 다양한 기술 혁신과 미래 먹거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제대로 준비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은 전 세계에 열려 있는 망이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K컬처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문화의 중력을 이용해 전 세계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문화상품 때문에 유입된 해외 자본들을 바탕으로 한국 원화로 표기된 무형자산에 투자하고 이를 활성화한다면 제조업 쇠퇴시기에 금융업의 역할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 살지 않지만 한국과 관련된 경제적인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것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담는 최종 논의"라며 "국가적으로 생각해볼 것은 스테이블코인, 토큰 증권 등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블록체인 상 원화 슈퍼앱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권법 1단계에 정체된 현 상황을 하루빨리 넘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정상훈 전북은행 부행장은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 자산 정책 기조가 변화하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기대감이 컸지만 아직 바뀐 건 하나도 없다는 하소연이 많다"며 "이후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 자산을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규정해 시장 선점하고 있고 해당 분야는 정책적 지원 아래 빠르게 혁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2023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작년 7월 시행 이후 2단계 입법은 미비해 규제 공백 상황"이라며 "입법이 지연돼 규제 공백으로 골든타임을 놓쳐 갈라파고스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력한 규제라도 규제 불확실성보다는 좋다는 말이 나온다"며 "규제 틀을 빨리 만들어야 AI와 크립토가 결합된 생산적 금융 체계가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