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그랜드볼룸 라온에서 개최된 '2025 석유 컨퍼런스'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글로벌 석유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석유 공급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가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술이 적극 도입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단 분석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을 달성하려면 전동화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동력원을 활용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요구된다는 관측이다.

16일 산업통상부·대한석유협회·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그랜드볼룸 라온에서 '2025 석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정유산업의 전략적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정유업계의 주요 이슈와 미래 대응 전략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050년까지 석유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관련 투자가 계속 축소되면서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AI 기술 등을 통해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견고하게 만들고, NDC 달성을 위해 대체연료를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각계 전문가들도 석유산업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석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공급 부문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탄소중립 흐름과 석유 수요 피크론 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거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며 "실제로 글로벌 기관별 석유수요 전망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면서 계속 진화했다"고 말했다. 국제 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35년까지 석유수요·실적은 꾸준한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요는 느는 데 반해 석유 공급은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상류 부문의 석유가스 투자는 2020년 이후 줄어들고 있으며, 현재 유정의 상당수는 피크 생산이 지난 상태다. 국내 석유 안보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실장은 "공급 안정의 축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줄여 공급망 다변화와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며 "국내 석유 산업을 기존 규제 관점이 아닌 진흥 및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재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AI를 통해 산업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업스트림 부문에서는 셰일 오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 위원은 "최적 굴착경로를 AI가 지시하면 로봇이 지시된 경로에 따라 로봇이 굴착하는 방식"이라며 "(AI 덕분에) 속도나 효율성, 비용 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AI 활용 사례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최 위원은 "중국의 시노펙은 화웨이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비계획 가동 정지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켰고, 안정성을 기존보다 30% 이상 향상시켰다"며 "일본의 에네오스 역시 AI를 통해 베테랑 운전원 조작 패턴을 딥러닝으로 학습, 상압증류탑을 100% 자율 가동시켰다"고 전했다.

수송부문을 중심으로 NDC 2035 대응 전략도 논의됐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전동화만으로는 탄소 감축에 한계가 있으므로 탄소중립 에너지 자원을 다변화하고, 나아가 관련 기술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례로 전기차는 배터리 화재 이슈, 원재료 조달 등의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배 교수는 "원료 부족과 편중이 심한 배터리에만 올인하는 것은 미래 불안정성을 가속화한다"며 "배터리 전기와 하이브리화된 고효율 엔진동력의 조화 비율을 시장 사정에 맞게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재생에너지와 포집 탄소를 활용한 청정한 재생합성 연료는 에너지 이송 수입과 동력기술 활용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까지 더해져 석유 산업은 어느 때보다 치밀한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제조 AI 도입 확산 ▲설비 효율화 투자 지원 확대 ▲친환경 원료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집중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