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사업권을 반납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철수했다.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갈등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위약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발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고환율 장기화와 소비 패턴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차기 사업권을 둘러싼 면세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9월과 10월 인천공항 면세점 DF1(향수·화장품),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권역 사업권을 각각 반납했다. 계약 해지에 따라 각각 1900억원 이상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들은 앞서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면서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법원은 임대료를 각각 25%, 27.5% 인하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갈등의 핵심은 임대료 구조 및 여행객의 소비 패턴 변화다. 인천공항은 2023년 재입찰 과정에서 임대료를 여객 수와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여객 수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단체 구매 중심의 면세 소비가 줄고 개별 상점에서 소액 쇼핑을 즐기는 여행객이 늘면서 객단가는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면세업계는 적자 경영을 이어갔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1일 입찰 공고를 내고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임대료 산정방식은 유지하되 최저 입찰료를 각각 5.9%, 11.1% 하향 조정했다. 지난 18일 열린 설명회에는 국내 면세점 4사(신라·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와 스위스 아볼타 등이 참석했다. 입찰 제안서 제출은 내년 1월20일로, 재입찰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