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3·4세들이 올해 유통업계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왼쪽부터) 담서원 오리온 부사장, 신상열 농심 부사장,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 신유열 롯데그룹 부사장,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실장. /사진=각 사 제공

올해 유통업계 임원인사에서 오너 일가 3·4세들이 주요 직책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고 있다. 이들은 미래 신사업과 글로벌 영토 확장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 승계 시계도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22일 담서원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오너 2세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장남인 그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입사 3년 5개월 만에 전무가 됐다. 담 부사장은 오리온그룹의 미래사업을 총괄하는 전략경영본부를 맡는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는 내년 1월1일부터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지난해 전무에 오른 그는 당시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이끌면서 신사업 발굴 등 농심의 미래 방향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인 전병우 상무를 전무로 선임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도 나란히 승진했다.

승진 외에도 그룹 내 장악력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CJ는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에게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미래기획그룹장을 맡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를 맡아 바이오사업을 지휘한다. 신 부사장은 지주 내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도 중책을 맡아 그룹의 혁신과 포트폴리오 개편을 주도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책임지는 핵심 보직을 맡았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며 중장기 성장동력을 발굴함으로써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의 경영 승계가 준비 단계가 아닌 실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