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이 길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춰 하이브리드(HEV)와 내연기관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유연한 전동화 전략이 팰리세이드의 역대급 흥행을 견인하며 수익성 방어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판매량은 19만 2285대를 기록했다. 이는 이전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인 2023년의 16만 6622대를 한 달 앞서 뛰어넘은 수치로, 사실상 연간 판매 20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2018년 처음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갖춰 ▲2019년 10만 7514대 ▲2020년 15만 7133대 ▲2021년 15만 7688대로 지속 증가하며 현대차의 대표 SUV로 자리 잡았다.
2022년에는 15만 1427대로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으나, 현대차가 첫 부분변경 모델 '더 뉴 팰리세이드'를 출시하며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16만 6622대가 팔렸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에도 16만 5745대로 2년 연속 16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스테디셀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는 6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출시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국내에서 5만 5291대, 해외에서는 13만 6994대가 팔려 처음으로 연간 글로벌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해외 시장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팰리세이드의 미국 판매량은 2019년 출시 이후 올해 11월까지 59만 2425대를 기록했다. 이는 팰리세이드의 누적 해외 판매량인 76만 1927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팰리세이드의 인기 요인으로 신차 효과와 더불어 친환경차 라인업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꼽고 있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초 적용해 2.5 터보 가솔린과 2.5 터보 하이브리드 등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실제 올해 1~11월 국내 판매량 5만 5291대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3만 3862대로 61% 이상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2만대 이상 팔리며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구동모터를 활용한 'E-라이드', 'E-핸들링' 기술과 함께 전기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V2L 등의 편의 기술을 탑재해 상품성을 높였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을 엔트리부터 럭셔리까지 포함해 18개로 확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높은 연비와 우수한 성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이 팰리세이드의 판매량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며 "여가 활동 증가와 넓은 실내 공간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며 현대차의 대표 SUV로 인기를 얻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