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가 연간 1.0% 성장에 그친 데 이어 같은해 4분기에는 전기대비 -0.3% 역성장을 기록하며 연말 들어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8%로 보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분기별로 플러스 성장 흐름이 이어져야 해 경기 반등의 연속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0.3%,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0.2%) 이후 2분기(0.7%), 3분기(1.3%)를 기록하며 상승곡선을 타다가 3개 분기 만에 다시 감소 전환했다.
연간 성장률은 1.0%로 집계됐다. 한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6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역대 최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9%)이며, 1980년(-1.5%), 2020년(-0.7%)이 그 뒤를 잇는다. 0%대 저성장을 기록한 사례는 1956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0.8%) 두 차례뿐이다.
이번 4분기 역성장은 소비 위축보다는 투자 부진의 영향이 컸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재화 소비 감소에도 서비스 소비가 늘며 전기대비 0.3% 증가했고,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0.6%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는 건물·토목이 동반 부진해 3.9% 감소했고, 설비투자 역시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1.8% 줄었다. 여기에 자동차·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기대비 2.1% 감소하면서 투자와 수출이 동시에 성장률을 끌어내린 구조가 됐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 국장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에 대해 "건설투자 등 실적이 기대했던 회복 속도에 미치지 못했고, 이 부분이 성장률을 좀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건설투자가 성장에 중립적이었다면 지난해 연간으로 2.4% 성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경로 괜찮나… 이창용 "올해 1.8%"
한은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3분기 급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건설 부진이 맞물리며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졌지만, 올해는 민간소비와 수출의 동반 회복을 통해 성장 반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 국장은 "민간 소비와 재화 수출 모두 지난해에 이어서 증가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면서 "또한 올해 정부 예산이 작년 대비 3.4% 늘었는데 이런 영향이 정부 지출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이례적으로 성장을 크게 제약했던 건설의 제약 정도도 올해 연간으로는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1.4%를 낮춘 건설투자가 중립적인 수준으로 돌아온다면 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을 1.8%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성장 경로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으로 연말 GDP 수준이 낮아진 만큼 연간 평균 기준인 성장률을 1.8%까지 끌어올리려면 분기별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세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분기 성장률이 0.4% 안팎으로 누적되는 흐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의 상방 가능성이 커졌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8%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며 "상방 리스크는 다소 증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선은 다음 달 예정된 수정 경제전망에 쏠린다. 건설투자 부진의 낙폭이 얼마나 빠르게 축소되는지, 반도체·AI를 중심으로 한 수출·설비투자 회복이 실제 지표로 확인되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수출·투자 회복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 재정지출 증가, 건설투자 부진 완화가 맞물리며 성장률 2.2%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2%로 상향 조정한다"며 "수출 증가율 역시 기존 5%에서 12%로 높여 잡는다"고 전했다.
당장 올해 1분기부터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위축된 건설을 제외한 투자, 수출이 회복되면서 올 1분기에 성장세가 재차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연간 성장률 개선 여부는 투자에 달려있다"며 "지방 선거 이후 정책에 따른 건설투자 회복과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생산적 금융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민간의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상단은 구조적 요인이 제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대 중후반 수준의 완만한 회복을 예상한다"며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반도체·AI 관련 수출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성장 여건은 지난해와 비교해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고령화, 생산성 둔화, 가계부채 부담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 과거와 같은 2% 후반 이상의 성장률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올해 성장은 급반등보다는 완만한 반등, 혹은 '저성장 고착화 국면'에서의 제한적 회복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