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불공정행위로 생활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생필품 폭리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세청이 27일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필품 분야에서 폭리를 취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1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 "조사 대상 업체들은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거나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사주 자녀 소유 법인을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기는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정당한 세 부담을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은 ▲가격 담합 등 독과점 기업(5개) ▲원가를 부풀린 생필품 제조·유통업체(6개)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먹거리 유통업체(6개) 등 총 17곳이다. 국세청이 추산한 이들의 탈루 혐의 규모는 4000억 원 이상이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에는 식품첨가물을 제조하는 대기업 계열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업체는 경쟁사와 짜고 판매 가격과 인상 시기를 담합해 제품 가격을 2021년 대비 약 50%나 과도하게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 원재료를 비싸게 주고받은 것처럼 거래를 조작해 매입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축소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가격을 올린 뒤 사주 일가의 배를 불린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위생용품을 제조하는 B사는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제품 가격을 33.9% 인상했다. 이후 판매 총판인 특수관계법인에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300억 원대의 판매장려금과 50억 원대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며 이익을 몰아줬다.


서민들은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 사주 일가는 법인 자금을 유용해 호화 생활을 누린 정황도 포착됐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사주는 회삿돈으로 2억 원이 넘는 '슈퍼카'를 구입해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으로 사용했다. 또 다른 원양어업 업체 사주는 자녀의 해외 유학 비용을 대기 위해 조업 경비 명목으로 위장해 법인 자금 50억 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 명의로 사들인 고급 아파트에 사주 자녀가 무상으로 거주하거나, 법인 카드로 유흥비와 골프장 비용을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안 국장은 "이번 조사는 안 살 수도 없어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생필품 가격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불공정 행위로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필품 가격을 인상하며 폭리를 취하고 세금은 줄여 신고하는 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사주 일가의 편법 증여와 자금 유용 혐의를 추적하고,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칙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