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국내증시에 업종ㆍ종목별 각개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꺾이고 미국 금융기관의 파산 우려가 희석되기는 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재부각과 환율시장의 불안 등 큰 그림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국내증시는 날마다 호재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종목과 업종 종심의 '메뚜기식' 단기투자가 두드러지고 있어 유효한 전략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증시는 '춘추전국시대'
3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강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장중 992.69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12월4일(997.00) 이후 석달 만에 1000을 밑돌던 지수는 환율시장과 글로벌 증시에서 숨통이 다소 트이는 기미가 보이면서 1100선을 만회하는 등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특징적인 대목은 종목과 업종별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수익률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여파로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시장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등 치열한 전투가 날마다 치러지고 있다.
| ||
증시의 상승을 이끌 펀더멘털이 튼튼하지 못하다 보니 하루하루 들려오는 소식에 따라 종목별 쏠림현상도 심하다. 중국에서 호재가 들려오면 조선과 철강, 해운 등 중국주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또 미국 정부가 대형은행에 지원을 늘린다는 얘기가 나오면 금융주가 급등한다. 글로벌 국책사업이나 다름없게 된 환경과 바이오 등 그린테마주들 사이에서도 '굿뉴스'만 들려오면 선점경쟁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수익률에 목마른 기관도 종목장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관은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15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고 있다. 반도체와 LED, 풍력 등 테마주 위주의 매수를 통해 코스닥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반도체와 셀트리온 등 반도체와 바이오관련 테마주에 대한 매수를 늘리면서 코스닥시장의 순항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도 한두가지 테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황에 따라 말을 바꿔 타면서 변화무쌍한 매매를 하고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수익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며 "종목과 테마별 순환매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길목지키기…"쉽지 않네"
종목과 테마장세가 불붙은 최근 시장에서 길목을 미리 알고 기다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변화무쌍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종목장세에서 한눈을 팔면 기관이나 외국인, 눈치 빠른 개인의 뒤치다꺼리밖에 할 수 없어 속을 태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단 원/달러 환율의 상승 추세가 주춤거리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외 불안요인 잠재와 경기하강 지속으로 지수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도주 부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은행과 유틸리티, 여행, 운송업종에 주목할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에 초점을 맞추고 이익창출 능력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가진 종목을 눈여겨보는 단기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론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기미가 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특히 우호적인 환율과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전기전자와 자동차,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시각 유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온라인게임과 엔터테인먼트시장은 경기침체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게임과 극장 상영관시장은 저가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외 온라인게임시장은 아직도 초기단계이며 최근 인터넷 인프라 확대 등에 힘입어 고성장하고 있다"며 "해외시장을 선점한 국내 업체들의 해외 매출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환율상승에 따른 수혜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늘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종복별로 편차가 큰 양극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에 돌발적인 시장 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더듬이를 펼쳐놓는 게 중요하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3월 증시 전망에서 "정부정책 수혜형 산업들과 녹색성장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종목군들은 당분간 시장 내 주도적 움직임이 여전할 것"이라며 "시장은 최우량 업종대표주와 극단적인 정책수혜주간의 순환 강세 속에 중간층이 취약한 양극화 성향을 띌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연료전지와 대체에너지, 환경, 엔고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조선업종은 수주취소 여파 등을 감안해 적극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