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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철도 기본계획 노선도 |
서울시가 야심차게 발표한 도시철도 연장계획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곳의 주민들과 시의회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부족한 서울시의 재정이다. 26조원이 넘는 부채로 진통을 앓고 있는 서울시가 8조5533억원이 투입되는 경전철 사업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는 기존사업을 포함해 2025년까지 10년간 연평균 50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경전철사업은 큰 부담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경전철 수요에 대한 전망도 쟁점이다. '버스노선 중복과 지하철 연계성 부족으로 이용객이 부족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에 서울시는 "전체의 37%가 지하철·철도 소외지역인 만큼 시장성은 충분하고 오히려 기존 지하철과 연계하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례-신사선이 관통하는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도 거세다. 강감창 의원(새누리당)은 "거주 중인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철도노선이 관통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외곽통과로 방향을 선회했다가 또다시 내부 관통으로 돌변한 서울시의 행태야말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향후 10년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경제적 타당성이 높은 10개 노선을 선정, 국토교통부의 승인절차를 거쳐 내년 중 확정해 추진할 방침이다.
선정된 10개 노선은 기존노선 중 타당성이 재검증된 ▲신림선 ▲동북선 ▲면목선 ▲서부선 ▲우이신설연장선 ▲목동선 ▲난곡선 등 7개 노선과 정부의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반영된 ▲위례선 ▲위례-신사선 ▲지하철 9호선 연장(보훈병원~고덕강일1지구) 등 3개 노선이다.
◆수혜지역, 분위기 '후끈'
일련의 혼란스런 분위기 속에서도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지역들의 주민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다. 서울시 도시철도 연장이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도심 출퇴근 이동수요가 많은 동북선과 노원 중계동 및 성북 장위동 일대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5단지와 월계동 사슴성원3단지 등이 수혜단지로 지목됐다.
서부선은 여의도 및 강남 업무시설 이동수요가 많은 만큼 은평구 신사동 일대와 마포구 창전동, 신수동 등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은평구 신사동 라이프미성과 마포구 창전동 서강 한진 해모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면목선은 도심권 이동수요가 예상되는 중랑 신내동과 면목동이 주요 수혜대상지다. 수혜단지로는 중랑구 신내동 신내6단지와 면목동 면목한신이 꼽혔다.
우이-신설 연장선은 동대문 등 도심권 이동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강북구 미아뉴타운 및 도봉구 방학동·쌍문동 일대 주택이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 정릉동 대우와 중앙하이츠빌2차가 수혜단지로 지목됐다. 이너스건설이 분양 중인 서울 강북구 미아동 장안연립 재건축단지는 2014년 완공 예정인 경전철 L06(가칭)과 L07(가칭)이 인접해 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39~105㎡ 총 71가구로 구성됐다.
신림선은 주요 이용객이 여의도 및 강남으로 진입하는 수요로 예상된다. 관악 신림동 소재 주택들이 수혜대상으로 꼽힌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와 동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난곡선은 신림선과 마찬가지로 여의도 및 강남 진입수요가 주요 이용객으로 예상되며 관악 신림동(난항동) 소재 주택들이 수혜대상이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2차와 임광관악파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목동선은 신정뉴타운을 비롯해 신월동과 신정동 소재 일부지역이 수혜대상 지역으로 예상된다. 수혜단지로는 양천구 신정동 신트리1단지(도시개발), 신트리4단지(도시개발), 신트리3단지(도시개발), 목동신시가지14단지 등이 꼽힌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송파 가락동 등에서 강남권 업무지구 이동수요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분양을 앞둔 위례신도시의 C1-3블록 위례 아이파크1차와 C1-2블록 위례 아이파크2차가 오는 9월과 11월 각각 분양 예정이어서 수혜가 예상된다. A2-9블록 위례 센트럴 푸르지오 총 687가구, A2-11블록 위례e-편한세상 래미안 총 1545가구 등도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9호선 연장선은 종착역인 둔촌동 보훈병원 앞에서 5호선 고덕역 환승을 거쳐 고덕·강일1지구를 종착역으로 삼는 3.8㎞ 길이 4개역이 신설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고덕역 인근에 고덕 아이파크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고, 대림산업은 2014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 선정릉역 인근 'e편한세상 경복'을 오는 10월 분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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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투자전략은?
다수의 지역과 단지들이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지만 부동산전문가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사업의 원활한 추진 여부가 불확실해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우선 현재 서울시가 발표한 노선들은 이미 이전에 언급이 됐던 지역으로 수혜단지들은 이미 시세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지금도 계획단계라는 점과 완공시점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경전철이 뚫리면 집값은 오르겠지만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며 "착공단계에 급매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시에서 발표한 이번 노선이 9호선을 제외하면 모두 경전철이라는 것도 악재다. 경전철은 지하철과 달리 지상으로 운행되며 차량이 작다. 용인이나 의정부 경전철처럼 완공 후에도 제대로 운행되지 못하거나 이용승객이 적어 승차요금이 비싸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리서치&컨설팅 실장은 "전반적으로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실수요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투자이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고 장기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