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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가까운 남해산 매출 줄어
일본산 생태, 폭락해도 구입 안해
우리나라는 생선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해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생선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과 달리 생선소비가 육류소비를 크게 능가한다.
생선에는 DHA가 많이 함유돼 있고 육류에 없는 불포화지방산도 다량 들어 있어 영양면에서 뛰어나다. 생선을 통해 흡수되는 지방은 불포화지방이어서 콜레스테롤이 적기 때문에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생선이 밥상 위의 보약이란 말이 있듯이 균형 잡힌 식단을 추구하는 가정에서는 생선을 종종 식탁에 올린다. 필자의 집에서도 냉동실에 늘 생선을 넣어놓고 수시로 조리해 먹는다.
그러던 중 최근 마트의 생선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매일 300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산물 매출액이 어종에 따라 전년 동기대비 10~60%가량 줄어들기도 했다. 특히 일본에서 가까운 동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생선인 명태, 고등어, 갈치 등의 판매가 타격이 크다고 한다.
이러한 신문기사를 본 직후 아침 식탁에 갈치조림이 올라왔길래 아내에게 기사내용을 얘기해주니 국내산이 아닌 세네갈산 갈치라 괜찮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더니 아내는 미리 사둔 다른 생선은 국내산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 생선 선택의 변화, 맛+가격<원산지
상당수 식품들이 그렇듯 생선도 국내산보다 값싼 수입산의 판매량이 이미 해마다 늘고 있다. 수산물 매출 중 수입산의 비중은 2008년 15%에서 2012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수산물 총 수입액은 3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수년간 올랐는데 다행히 지난해 하락해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민어와 미꾸라지, 돔을 중심으로 활어 수입가격(원화기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3% 하락했다.
그러나 신선어류 수입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0.7% 상승했는데, 그 중 갈치는 전년 동월대비 0.1%, 명태는 14.1% 하락했다. 반면 가리비, 갈치, 낙지, 명태를 제외한 기타 신선어류는 30.2%나 상승했다. 이처럼 생선 품목별로 가격등락률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떤 생선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식품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 수산물 수입가격지수와는 다르게 신선어류 수입가격지수는 7년 동안 계속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생선을 구입할 때는 맛과 가격을 보고 결정하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물고기가 서식하는 지역에 방사능을 비롯한 오염물질이 있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주요 수입 수산물의 수입국을 보면 갈치는 세네갈, 장어는 대만, 산낙지는 중국, 동태는 알래스카, 가자미는 미국, 연어는 노르웨이, 임연수와 대게는 러시아, 오징어는 칠레, 주꾸미는 태국, 새우는 호주 등이다.
특히 세네갈산 갈치는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세일전략과 맞물려 이마트의 8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90% 이상 늘어났다. 국내산 갈치의 매출이 소폭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아프리카 서해안에 위치한 세네갈이라는 나라명은 축구경기 때문에 알게 됐는데 갈치를 통해서도 익숙해진 셈이다. 세네갈은 바다의 온도와 환경이 한국 연안과 비슷하고 어종도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국산 수산물을 대체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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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만 보자면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산 수산물 중 하나였던 생태가 수요 감소로 인해 1년 전 가격의 1/4 수준까지 폭락된 가격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싸도 선뜻 구입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상인들은 언론이 수산물에 대한 위기감을 지나치게 조장한다며 불만스러워 할 것이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자 불안감을 줄이고 생선 구입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해 수산물을 검사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연합보다 까다로운 방사능 기준을 적용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세슘의 경우 1㎏당 100베크렐을 기준으로 적용하는데, 미국에서 1000베크렐, EU에서 500베크렐을 적용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다(1베크렐은 하나의 원자핵에서 1초 동안 붕괴해 방출되는 방사능의 양).
◆평상시 방사능 노출 정도에는 둔감
이처럼 음식물의 방사능 오염 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우리 스스로가 방사능에 얼마나 노출되는지도 알아야 합리적일 것이다. 건강검진을 위해 CT를 찍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 양은 1㎏당 370베크렐을 1년 내내 섭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아직도 흡연인구가 상당히 많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간접흡연이 이뤄지고 있는데 담배에는 독성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polonium)-210이 들어있어서 담배 한 개비의 방사능 양은 1년에 300번 X레이를 찍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발표된 바 있다(미국 메이요클리닉과 스탠포드대학 공동연구팀, 2008년).
폴로늄-210은 다른 방사능 물질과는 달리 인체 외부에는 해롭지 않지만 인체 내부로 유입됐을 때는 알파방사능이 강력하게 방출돼 치명적 피해를 일으킨다. 이 물질이 호흡기로 들어가고 혈관 속에 유입되면 마치 작은 핵폭탄이 몸속에서 터지는 것처럼 인체 내 모든 세포분자들이 터져버린다. 자주 흡연하면서 엄격한 방사능 기준을 통과한 생선을 무조건 기피하는 것도 모순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