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해 사이 각종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에 휘말려 소송 전에 시달리더니 급기야 100억원대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국내외 사업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 임원 10여명이 협력업체로부터 자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여기에 모기업 포스코의 기업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그룹 전반의 신인도가 추락하며 결국 NICE신용평가가 포스코건설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한국신용평가마저도 ‘AA-’에서 ‘A+’로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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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절없이 무너지는 '기업 신인도’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포스코건설은 지난 1994년 포스코그룹의 엔지니어링 분야와 건설 분야가 통합된 이후 2002년 철강 관련 플랜트사업에서 초고층 빌딩과 주택,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탄생했다. 모기업 포스코가 든든히 받쳐준 덕에 현대건설·삼성물산과 동일 선상에서 신평사들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포스코건설의 신용평가는 이들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건설명가들과 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A+’나 ‘부정적’ 신용평가마저도 감지덕지한 수준이다. 아직 신평사들의 정기평가가 포스코건설의 저조한 1분기 실적을 반영하지 않았고 포스코플랜텍 사태 이전 조기 종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신용평가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동안 포스코건설의 신용을 뒷받침 해주던 모기업 포스코마저도 지난달 신용등급이 ‘AA+’로 떨어지면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포스코건설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점도 신용등급 하락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올해 포스코건설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조7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1431억원보다 20%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22억원, 140억원으로 전년 1409억원, 478억원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결 기준 순손익은 4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신평사의 평가기준으로 봐도 신용등급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NICE신용평가의 경우 ‘별도 기준 EBIT/매출액 비율 4% 이하’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의 조건으로 보는데 포스코건설의 EBIT/매출액은 지난해 이미 3.69%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2.46%로 더욱 악화됐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의 경우 모기업과 더불어 실적적인 측면에서 하향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그동안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과 같은 선상의 신용등급을 받았던 기업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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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박지혜기자 |
◆ 입찰비리 단골… 몰락 자초
그렇다면 포스코건설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건설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정권에 의지하면서 담합이나 뒷거래 등을 통한 영업기반이 정권이 바뀌며 과징금으로 돌아오고,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소송전으로 번져 빚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의 입찰담합 과징금액과 담합건수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에만 호남고속철도사업 외 4건의 입찰담합에 연루됐다. 그로 인해 과징금 491억원을 부과받았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굵직한 입찰 담합 사건에도 포스코건설은 단골로 연루됐다. 지난 2012년 6월 공정위가 적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에서 포스코건설은 다른 건설사들과 함께 총 14개 공구를 사전합의에 따라 배분한 뒤 공사를 낙찰 받은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42억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2009년에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담합에도 포스코건설은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공정위는 이 공사에서 총 3조5980억원에 달하는 담합 행위를 적발·제재했는데 포스코건설은 2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얻어맞았다.
포스코건설은 인천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지난 2009년 1월 발주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15개 공구 입찰과정에서도 96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특히 현장조사 기간에 포스코건설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혐의 내용 일부를 삭제, 조사활동을 방해해 1억4500만원의 과태료를 추가로 물기도 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포항 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에서도 사전에 투찰가격을 합의해 과징금 63억원을 부과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촌 하수처리장 증설과 고도처리시설공사’, ‘광주·전남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 입찰에 참여했을 때도 낙찰자와 투찰가격 등을 사전 합의해 89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담합에 의한 각종 비리사건 외에도 포스코건설은 최근 몇년 사이 추진해 왔던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각종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현재 서희건설 양재동 오피스 빌딩 이익금 정산금 청구소송 등 모두 98건(1184억원)의 소송에 피소된 상태다.
포스코건설의 피고 소송가액은 지난 2013년 기준으로 1134억원에 달했다. 휘말린 송사를 해결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 셈이다. 물론 소송의 결과를 속단할 수 없지만 최근 건설업계와 관련된 비리와 사고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