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딛고 '가격·해외'로 눈돌려 부활… '상생·이익' 과제
'베일에 싸인 CEO'. 2012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소셜커머스 위메프 대표 자리에 오른 박은상 대표를 칭하는 말이다. 노출이 거의 없는 ‘은둔형 CEO’지만 지난 3년간 그가 이룬 성과는 적지 않다. 총 거래액이 3배 이상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쿠팡에 내줬던 '방문자수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시련의 계절도 있었다. 하지만 위기를 겪으며 박 대표와 위메프는 더욱 단단해졌다.
소셜커머스시장에서 방문객 수는 곧 매출과 직결된다. 모바일, PC 등의 기기를 이용해 소셜커머스를 방문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구매량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위메프, 쿠팡, 티몬 등 관련 업체들이 방문자 수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3년 새 고속성장, 선두 경쟁 가세
2015년 쿠팡의 뒤를 이어 줄곧 2위에만 머물렀던 위메프는 지난달 방문자 수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위메프의 지난달 4~24일 방문자 수는 1366만명으로 쿠팡(1363만명)과 티몬(1152만명)을 제쳤다.
전체 거래규모도 커졌다. 위메프는 지난 2일 2015회계연도에 대한 잠정 집계 결과 2조4000억원의 총 거래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50% 성장한 수치며 최근 3년 평균 121% 성장한 기록이다.
박 대표 취임 당시 업계 3~4위에 머물던 위메프가 3년 만에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박은상’이라는 인물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정도로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공개된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2년가량 근무했다. 이후 2010년 30세의 나이에 음식주문 애플리케이션 ‘요기요’ 나제원 대표와 함께 소설커머스업체 슈거플레이스를 창업했다가 이듬해 회사가 위메프에 인수되며 위메프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본부장에서 대표로 승진하는 데는 딱 1년이면 충분했다. 위메프 창업자 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사) 대표는 2012년 4월 박 본부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분석 능력과 영업력, 기획력, 소통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해 주위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표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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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상 위메프 대표. /사진제공=위메프 |
박 대표가 탄탄대로 비단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부침도 많았다. 박 대표의 공격적 경영과 투자는 회사의 적자 구조를 심화시켰고, 2014년 12월에는 지역영업기획자(MD) 11명을 채용해 2주간 음식점·미용실 등과의 거래 성사라는 실무 평가를 진행한 뒤 ‘사내 기준 미달’을 이유로 모두 해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채용’이라는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이 사태로 박 대표는 사과문 발표에 이어 기자회견까지 열고 2차례에 걸쳐 고개 숙여 사과했다.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의 특성상 기업 이미지 실추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위기는 박 대표와 위메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사랑받는 회사가 되도록 하라”는 허 대표의 조언을 바탕으로 위메프는 회사의 성장과 별개로 상생에 관심을 쏟았다.
일례로 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설 연휴를 앞두고 위메프의 물품을 배송하는 CJ대한통운 터미널을 찾아 택배기사 1만4000명분의 설 선물(핸드크림 세트)을 전달했다. 그간 위메프 택배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택배기사들이 맡은 바 업무를 잘 진행해 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상거래하는 위메프에게 택배기사는 고객과 대면하는 중요한 접점”이라며 “매년 늘어나는 택배 물량과 명절을 앞두고 더욱 바빠질 택배기사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상생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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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적 측면에서는 쿠팡, 티몬 등 경쟁업체들이 당일 배송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고객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가격’과 ‘해외’로 눈을 돌려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규회원 50% 할인, 마트 12종 쿠폰 등 다양한 할인쿠폰 제공과 최저가 보상제, 플러스상품 빠른 배송 및 무료 배송서비스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편 해외사업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세계시장 진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는 지난해 10월 간담회에서 박 대표의 행보를 두고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는 것이 위메프의 장점”이라며 “위메프가 부진할 때 더 이상 신경 안 써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과감한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형적 규모는 성장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는 부분은 박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소셜커머스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지만 수익은 여전히 마이너스”라며 “시장 선점을 위한 3강(쿠팡·위메프·티몬)의 과도한 출혈 경쟁은 원활한 투자 유치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출혈 경쟁이 장기전으로 흐르면 적자 누적으로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3사는 지난해 모두 공격적 투자로 전보다 적자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위메프가 다른 경쟁업체들이 공개하지 않는 총 거래액을 공개한 것도 투자금을 더 끌어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소셜커머스업계에서 다양한 시련을 딛고 선 박 대표가 성장·상생·이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맥킨지 컨설턴트(2008년) ▲슈거플레이스 대표이사(2010년) ▲위메프 영업본부장(2011년) ▲위메프 대표이사(2012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